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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번호이동 지원금’ 효과 미미… 3월 교체 되레 줄었다

입력 | 2024-04-02 03:00:00

52만건 달해… 1월보다 4만건 감소
‘집토끼 지키기’ 나선 통신사들
정부 압박에도 지원금 경쟁 자제




소비자들이 통신사를 변경(번호이동)하면서 새 휴대전화를 구입하면 과거보다 더 많은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번호이동 소비자는 크게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번호이동을 촉진시켜 가계 통신비를 절감하려는 정부의 정책 목표가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1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달 번호이동 수는 총 52만4762건이었다. 50만4119건을 기록한 2월보다 2만여 건 늘었지만, 56만63건이었던 1월보다 오히려 4만여 건 줄었다. 최근 3개월(12∼2월) 평균인 52만5388건과도 큰 차이가 없었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26영업일을 기준으로 할 때 일평균 번호이동 수는 2만183건이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상 과열이라고 보는 일간 2만5000건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정부는 휴대전화를 바꿀 때 동일한 지원금을 주도록 한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를 추진 중이다. 법 폐지 전이라도 통신사 간 번호이동 소비자 유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지원금을 최대 50만 원까지 지급할 수 있도록 시행령부터 개정했다. 통신사들은 최대 33만 원까지 지원금을 주기로 했지만 소비자들의 호응이 미미했던 셈이다. 단통법 시행 전이었던 2014년 1월부터 9월까지 월평균 번호이동 수는 78만2450건에 달했다. 통신사들은 “기존 가입자들이 다양한 형태의 결합 상품을 이용하고 있어 번호이동이 쉽지 않다”면서 “통신사 간 가입자 점유율도 이미 고착화돼 있어 정부가 기대하는 만큼의 지원금 경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에서는 예측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의 지원금 인상 압박에도 통신사들이 돈줄을 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 33만 원까지 지급할 수 있도록 했지만 월 12만 원이 넘는 최고가 요금제를 이용할 때만 가능하다. 또 소비자들의 관심이 가장 큰 갤럭시S24 등 최신 모델에 대한 지원금은 10만 원 미만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장기적으로도 소비자들의 수요가 높은 인기 모델에 획기적인 수준의 지원금은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단말기 값이 과거보다 배 이상 비싸져 지원금 효과가 떨어진다”면서 “통신사들도 가입자 빼앗기보다는 장기 고객들을 우대하는 ‘집토끼 지키기’에 더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통신사 수장들도 지원금 경쟁에 유보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달 21일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주주총회 이후 “(전환지원금 시행으로) 자칫 잘못하면 국민의 실질 통신비는 올라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는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한 재무적 부담”이라고 말했다. 유영상 SKT 대표도 지난달 26일 주총에서 “(통신사 간) 경쟁의 축은 (지원금에서) 상품,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됐다”며 “경쟁이 가속화하더라도 주주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방통위는 1일 영세한 휴대폰 유통점을 대상으로 불공정 영업 및 이용자 차별행위 모니터링을 축소하기로 했다. 단통법 위반 행위 단속을 줄이겠다는 얘기다. 단통법 폐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금부터라도 유통점의 자율성을 보장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