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04주년] [신성장엔진 아시아 뉴7] 〈1〉 인도시장 공들이는 삼성전자 中 저가 공세 맞서 프리미엄 전략… 비보-샤오미 꺾고 5년만에 1위로 힌디어 세탁기-요거트 냉장고 등… 가전제품 현지화 30년간 공들여 “프리미엄-대중 시장 모두 잡겠다”
지난해 1월 인도 뉴델리 최대 번화가 코노트 플레이스에 문을 연 삼성전자 \'익스피리언스 스토어\'에는 하루 500~700명의 방문객이 찾아온다. 삼성전자 제공
지난달 18일(현지 시간) 방문한 삼성전자 인도 뉴델리 익스피리언스 스토어는 월요일 오후였는데도 활기가 돌았다. 20대 학생부터 백발 노인까지 북적거렸다. 음악을 남달리 사랑하는 국민성답게 한국과 달리 ‘오디오(Audio)’ 코너가 소파와 함께 미니 거실처럼 따로 꾸며져 있었다.
인근 레스토랑에서 일한다는 단비 조라 씨는 ‘갤럭시 Z플립·폴드5’ 코너에서 민트와 라벤더 색상 제품을 한참 고민한 끝에 라벤더색의 플립5를 구입했다. 조라 씨는 “아이폰14를 썼는데 시리즈마다 별로 새로울 게 없는 것 같아서 이번에 바꿔보려고 한다”며 “여기서도 삼성과 애플이 가장 프리미엄 브랜드여서 애들조차 부모가 ‘중국산 폰을 사주겠다’고 하면 싫어한다”고 말했다.
● 14억 인구 인도, 삼성전자 주력 시장으로
인도 경제는 글로벌 경제 둔화에도 불구하고 향후 고속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기준 3조3851억 달러(약 4571조 원)로 세계 5위를 기록했다. 세계 역사에서 이례적으로 식민 모국이었던 영국(6위)을 뛰어넘은 것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인도의 2023∼2024 회계연도 경제성장률은 7% 중후반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 시장의 위상을 보여주듯 최근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이 잇따라 인도를 방문해 현장을 독려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부회장)은 지난달 21일 인도 뭄바이 삼성전자 매장을 방문해 “인도는 세계적으로 가장 크고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로, 삼성에 큰 기회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도 올해 1월 ‘갤럭시 S24’ 공개 행사를 마친 후 첫 번째 해외 매체 인터뷰를 인도 현지에서 진행했다.
뉴델리 거리 곳곳에는 스마트폰 판매 대리점들이 있었다. 한 브랜드만 취급하지 않고 주로 삼성과 중국 비보, 오포의 제품을 나란히 전시해 놓았다. 현지 중산층 이상이 찾는 멀티콤플렉스몰에는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해 들어온 중국 ‘원플러스’의 전용 스토어가 속속 입점하고 있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점유율 18.0%를 차지하며 2위 비보(17.0%), 3위 샤오미(16.5%)를 꺾고 2018년 이후 5년 만에 점유율 1위를 탈환했다.
● 수제 요거트 냉장고부터 피클 전자레인지까지
인기 제품인 ‘커드 마에스트로’ 냉장고는 수제 요거트인 ‘커드’를 좋아하는 인도 소비자들을 고려해 인도에서만 선보인 제품이다. 냉장고 커드 코너에 우유 등 재료를 넣어두면 외부 조건에 상관없이 발효 상태가 유지된다.
뉴델리 매장에서 만난 가전 코너 담당 리샤브 반살 매니저는 비스포크 냉장고의 스크린을 눌러 인도 전통 튀김만두인 사모사 레시피를 보여주며 “이대로 만든 뒤 스마트 오븐에 넣고 냉장고 스크린에서 조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비스포크 수요층은 집이 넓고 조리 공간이 분리돼 있는 곳이 많다”며 “부엌 냉장고 스크린으로 거실에 있는 아이들 노는 모습을 보면서 요리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종범 삼성전자 서남아총괄장(부사장)은 “삼성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지키면서도 일부 대중 시장과 프리미엄 시장을 모두 잡을 수 있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며 “인도 내 연구, 디자인, 생산 역량을 갖춘 에코 시스템을 통해 글로벌 전략 제품뿐 아니라 인도 특화 제품들을 강화해 현지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델리=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