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금융지주-KT&G 주주총회서
행동주의펀드 지지 이사들 첫 선임
경영진 독단 막아 소액주주들 환영
투기자본 ‘먹튀’ 도울 가능성도
집중투표제가 행동주의펀드의 ‘신종 무기’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JB금융지주와 KT&G의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펀드가 지지하는 후보들이 ‘철옹성’ 같은 대주주 중심의 이사회를 뚫고 사외이사로 선임되면서다.
집중투표제가 한국의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를 들여다보고 대주주를 견제할 폐쇄회로(CC)TV로 작동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반면 주주기본권을 훼손하고 적대적 인수합병(M&A)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JB금융지주·KT&G ‘친행동주의 이사’ 선임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임 수만큼 의결권을 복수로 부여하는 제도다. 2명을 선임할 경우 주식 1주당 2표를, 3명을 선임할 경우 3표를 행사하게 된다. 특정 이사에게 몰표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소액주주가 지지하는 후보를 이사회에 진입시킬 수 있다.

● 대주주 견제책 vs ‘먹튀’ 도우미
전문가들은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행동주의펀드들의 집중투표제 도입 요구가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한다. 주주 환원에 대한 사회적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집중투표제가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중투표제가 투기 자본의 ‘먹튀’를 도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월가의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은 2006년 KT&G에 사외이사를 진입시켜 경영 개입을 시도하다가 1년 만에 지분을 모두 팔아 1500억 원의 차익을 챙겨 떠났다.
일각에서는 집중투표제가 적대적 M&A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한국토지신탁은 2015년 집중투표제를 통해 경영권이 넘어가기도 했다. 유정주 한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은 “집중투표제는 1주 1표라는 주주기본권을 훼손하는 데다, 기업의 안정적인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