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AI 행정 추진계획 발표 지자체 최초 인공지능 활성화 전략… 2026년까지 3년간 2064억 원 투입 치안-관광 등 행정기반 마련하고 내달 ‘AI 허브’ 개관해 인재 양성
“여기 동대문구 사거리인데요. ‘펑’ 소리가 나더니 건물에서 불이 나요!”
“연기 색깔은 어떻게 되나요? 주변에 다친 사람은 보이시나요?”
내년부터 서울에서 119로 신고 전화를 하게 되면 신고자가 인공지능(AI)과 이런 대화를 할 수 있다. AI가 신고자의 목소리, 내용 등을 분석해 실시간으로 자동 접수하고, 대응 우선순위를 정해 소방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AI 기반 119종합상황관리체계 구축’ 등의 내용을 담은 ‘서울시 AI 행정 추진계획’을 2일 발표했다.
● 119 신고도 AI로 분석
챗GPT를 시작으로 생성형 AI 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서울시가 AI를 접목한 행정 혁신에 나섰다. 서울시는 올해를 ‘서울 AI 행정’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지자체 단위에선 최초로 AI 활성화 전략을 발표했다. 3년간 총 2064억 원을 투입한다.
우선 서울시는 ‘약자와의 동행’ ‘안전망 조성’ 분야 등에서 AI를 기반으로 추진 중인 사업을 확대한다. 내년부터 시작하는 AI 기반 119종합상황관리체계가 대표적이다. 현재 서울 시내에서 긴급상황이 발생해 119로 신고하게 되면 서울종합방재센터에서 전화를 받을 수 있는 회선은 총 720개다. 현재는 이 중에서 24개 회선에 대해서만 사람이 직접 접수할 수 있고 나머지는 ARS 음성을 들으며 대기해야 한다.
하지만 내년 1월부터는 240개 회선에 걸려오는 신고 전화에 대해 실시간으로 AI가 분석한다. 신고자는 먼저 걸려온 신고 전화 접수가 끝날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AI 콜봇과 대화하며 신고할 수 있다. 또 AI가 직접 신고 내용, 목소리의 긴박함 등을 분석해 긴급도에 따라 우선 대응할 수 있도록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경찰 실종사건 전담부서와 연계해 인상착의 정보 등을 토대로 AI 기반 폐쇄회로(CC)TV가 실종자를 고속으로 검색하는 시스템도 구축한다.
지난달 14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인공지능(AI) 통역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공무원이 AI를 업무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한다. 시는 올해 공무원 1300여 명을 대상으로 생성형 AI를 활용한 업무 생산성 향상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지난해보다 2배 늘어난 규모다. 최근 서울시는 AI를 업무 처리에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본청 직원 중 75명을 추첨해 유료 서비스인 ‘GPT4’ 3개월 이용료를 지원했다.
● ‘서울 AI 허브’에서 인재 육성·지원
서울시는 AI 행정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디지털정책관을 컨트롤타워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디지털정책관 산하에 인공지능행정팀을 신설해 직원 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생성형 AI 사용자가 자율적으로 지켜야 할 윤리규정과 안전성 가이드도 마련해 개인별 책임성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 달에는 서초구 우면동에 서울시의 AI 분야 핵심 거점인 ‘서울 AI 허브’가 문을 연다. 지하 1층∼지상 7층 규모로 AI 전문 인재 양성부터 특화기업 발굴 및 육성까지 서울의 AI 분야 전문 지원기관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AI 행정 서비스 도입 원년을 맞아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시민 일상을 편리하게 만들겠다”며 “행정과 산업 모두에서 글로벌 AI 중심도시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