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 삼성역 개통 지연 책임 놓고 국토부-서울시 갈등
영동대로 지하 복합개발 지연돼
A노선 완전 개통 2028년에야 가능
정부가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삼성역 개통이 늦춰진 데 따라 발생하는 연간 최대 600억 원의 손실보전금에 대해 서울시에 구상권 청구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A노선 완전 개통은 삼성역과 연계한 영동대로 복합개발 사업 등이 지연되면서 2028년 4월로 미뤄진 상태다. GTX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추진하는 광역사업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정부, “A노선 완전 개통 지연 서울시에 책임”
2일 정부 관계자는 “삼성역 구간은 서울시가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차원에서 맡아 개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통 지연에) 서울시의 책임이 있다”며 “구상권 청구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통 후 평일 첫 운행이었던 1일 A노선 이용객은 8028명이었다. 올해 2월 교통연구원이 예측한 수서∼동탄 구간 평일 수요 2만1522명 대비 37% 수준이다. 2014년 수립된 삼성∼동탄 구간 기본계획에서 2025년 수요(2021년 완공 전제)는 6만4543명으로 예측됐다. 삼성역이 빠지면서 예상 수요를 낮춰 잡았는데, 이 수치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감사원은 국토부 역시 서울시에 “기획재정부와 사업비 협의를 진행하라”며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공사 지연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후속 조치 마련에 소홀했던 것으로 봤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국토부도 공사 지연에 책임이 있다”며 “정부가 구상권 청구를 한다면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국토부가 삼성역에 KTX 정차를 추진하다가 취소해 5개월가량 지연 △SG레일이 공사하는 운정∼서울역 구간 역시 연신내역 공사 지연으로 이용객 감소 예상 등의 이유로 완전 개통 지연의 책임을 서울시가 온전히 지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동대로 복합개발 시공사 선정이 계속 늦어지면서 손실보전금이 3000억 원 이상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현재 삼성역 GTX 복합환승센터 건축 2공구는 2022년 말부터 다섯 차례 유찰이 반복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낮은 공사비 단가 때문에 사업자 찾기가 더 늦어지면 완전 개통이 2028년 이후로 미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역 준공이 늦어지면서 그 피해를 고스란히 시민들이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으로 민간의 운영 손실을 메워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도권 동남권의 교통난을 해소한다는 본래 취지를 달성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특히 삼성∼동탄 구간은 동탄 제2신도시 광역교통개선대책 일환으로 추진돼 신도시 아파트 분양가에 약 8000억 원 수준의 사업비가 반영돼 있다. 주민들이 사업비를 부담하고도 혜택은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선하 공주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대한교통학회장)는 “민간, 지자체, 정부가 함께 추진하는 광역철도망 등의 사업은 대도시광역교통위원회 등의 조직이 좀 더 강력한 조정 권한을 발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앞으로 메가시티 등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공동 추진하는 사업들이 많아질 텐데,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협의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