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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英, AI 규제 표준 선점 손잡았다

입력 | 2024-04-03 03:00:00

세계 첫 ‘AI 안전성 시험’ MOU
FT “수낵 英총리 AI 야망 담겨”




미국과 영국이 인공지능(AI) 기술의 안전성을 시험하는 방안을 개발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AI 안전 분야에서 개별 국가 간 협약이 맺어지는 건 처음이다. AI 선진국들이 기술 주도권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향후 이 기술 활용과 관련된 규제 표준 또한 선도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현지 시간) 미 상무부와 영국 과학혁신기술부에 따르면 두 나라는 이날 미 워싱턴에서 AI 기술의 안전성, 위험성 등을 평가하고 시험하기 위한 방안을 개발하는 데 협력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양국은 서로 연구원을 파견해 AI 기술 및 지식 등을 교류하기로 했다. 오픈AI, 구글 등 미 정보기술(IT) 기업이 만든 민간 AI 모델을 자체적으로 평가하는 방법과 관련해서도 협력할 예정이다. 또 시험 방안이 개발되면 최소 한 차례 공동 테스트를 수행할 계획이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AI는 우리 세대를 대표하는 기술”이라며 “양국의 협력으로 AI 체계에 대한 더 나은 이해를 얻고, 더 강력한 평가를 수행하고, 더 엄격한 지침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셸 도넬런 영국 과학혁신기술부 장관 또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차세대 AI 모델을 앞두고 빠르게 행동해야 할 때”라며 “협력해야만 기술의 위험에 대응하고 우리 모두가 더 편리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양국 협력의 이면에 AI 기술 발전 속도를 앞당기고 국제 규제 기준을 선점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넬런 장관은 “AI 강국인 미국이 영국과 이 협정을 체결한다는 사실은 영국이 AI 안전 부문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MOU를 두고 AI 개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리시 수낵 영국 총리(사진)의 야망이 담겼다고 평했다.

최근 세계 각국은 AI 규제를 도입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올 11월부터 스마트폰으로 특정인의 얼굴을 인식해 그의 성적 취향을 분류하거나, 개개인의 소득과 사회적 지위 등을 점수로 매기는 인권침해적 AI 서비스를 금지하기로 했다. 또 인간 수준의 사고 능력을 지닌 ‘범용 인공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을 개발하는 기업은 내년 5월부터 당국의 철저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중국 또한 최근 AI 콘텐츠에는 반드시 AI가 콘텐츠 작성자라는 점을 식별할 수 있도록 하라는 방침을 내놨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