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AI 컬러링북 ‘니하오…’ 출간 푸바오 中송환 아쉬움 달래려 시작 1만장 넘게 생성한 이미지 중 골라 “손자 선물하니 좋아해… 삶의 활력소”
인공지능(AI) 컬러링북 ‘니하오, 내 사랑 판다’를 출간한 공동 저자들이 1일 서울 종로구의 스터디룸에서 신간을 들고 있다. 이들은 3일 국민적 사랑을 받은 판다 푸바오가 중국으로 떠나는 걸 아쉬워하며 판다 캐릭터로 만든 컬러링북을 펴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처음엔 팔이 네 개, 눈이 세 개 달린 판다 이미지가 나오더라고요.”
1일 서울 종로구의 스터디룸에서 만난 유지현 씨(60)는 국내 첫 인공지능(AI) 컬러링북 ‘니하오, 내 사랑 판다’(헤르몬하우스)를 펴낸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AI에 명령어를 입력해 판다 이미지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가 종종 나왔다는 것. 신간은 중국어 온라인 스터디를 통해 친해진 50∼70대 여성 저자 12명이 함께 썼다.
책의 모든 그림은 사람이 아닌 AI가 그렸다. 주인공인 판다 ‘푸푸’가 성장해 한국을 떠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동화와, 색칠이 가능한 판다 그림으로 구성됐다. 1일 동아일보와 만난 유 씨 등 공동 저자들은 “국민적 사랑을 받은 푸바오가 3일 중국으로 떠나는 데 대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책을 펴냈다”고 말했다.
1988년부터 12년간 컴퓨터 대리점을 운영해 ‘신문물’에 익숙했던 김행숙 씨(66)가 중심을 잡고 출간을 주도했다. 김 씨는 “처음에는 컴퓨터 마우스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분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AI 이해가 부족한 동료들을 가르치고, 컴퓨터 프로그램 ‘캔바’로 이미지를 편집했다. 김 씨는 “어떤 책에서 ‘미래에는 AI를 활용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을 지배한다’고 하더라”며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들여 쓴 책은 어린 손주들과 친해질 수 있는 매개체가 됐다. 공동 저자 중 최연장자인 김선아 조선대 수학과 명예교수(73)는 “할머니가 만든 책을 손자에게 선물했더니 너무 좋아하더라”며 “젊은이들과의 대화에서 뒤처지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 듣기 시작한 강의가 삶의 활력소가 됐다”고 말했다.
공동 저자들은 모두 AI를 활용해 각자 책을 내는 게 목표다. 윤태자 씨는 “AI 프로그램에 ‘한복’ 등의 키워드를 입력하면 일본이나 중국 관련 이미지가 뜨기 일쑤”라며 “앞으로 한국 문화를 오롯이 담은 이미지로 구성된 AI 책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