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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늘봄학교, 양질의 교육-돌봄을 안전하게”

입력 | 2024-04-04 03:00:00

[늘 봄이 있는 늘봄학교] 예혜란 교육부 방과후돌봄정책과장 인터뷰
1학년 13만5000명 탈락 없이 이용
다양한 늘봄학교 운영 모델 발굴




―올해 교육부가 추진하는 정책 중 눈에 띄는 내용 중 하나가 늘봄학교다. 늘봄학교의 도입 배경은 무엇인가?

예혜란 교육부 방과후돌봄정책과장

“우리나라는 저출생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난 2022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0.78명이며 2023년 약 261만 명인 초등학생은 2030년 약 161만 명으로 급감할 전망이다. 아이들 하나하나가 미래 역량을 갖춘 인재로 자라도록 교육과 돌봄에 대한 국가의 역할과 책임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

특히 초등학교 입학 후 일러진 하교 시간으로 인한 돌봄 공백은 학부모의 걱정거리 중 하나다. KB금융지주 조사에 따르면 일하는 여성이 퇴사나 이직을 가장 많이 고민하는 때가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때(50.5%)’다.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으로 인한 돌봄 공백 문제는 여성의 경력 단절로 이어지고 있으며 돌봄 공백 해소 목적의 사교육 증가로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 또한 커지고 있다.

학부모의 양육 및 사교육비 부담을 해소하고 아이들에게 지속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국내 대부분 초등학교는 정규 수업 이후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을 20년 이상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자격 조건 등으로 희망하는 모든 초등학생과 학부모가 이용할 수 없다. 이에 돌봄교실에 탈락한 학부모의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

희망하는 모든 초등학생이 이용할 수 있는 늘봄학교의 전국 본격 도입을 학부모가 적극 환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올해 초 초등학교 신입생 예비 학부모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 조사 결과 83.6%가 늘봄학교 참여를 희망했다.”

―현재 2800여 개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늘봄학교의 특징은 무엇인가?

“늘봄학교의 첫 번째 특징은 ‘희망하는 초등학생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에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2025년에는 1∼2학년 학생, 2026년에는 모든 초등학생으로 대상이 확대된다.

기존 돌봄교실의 경우 맞벌이가정, 저소득층, 한부모가정 등을 중심으로 운영했다. 이에 신청자가 많은 경우 추첨을 통해 선별해야 했다. 하지만 늘봄학교는 신청 자격을 따지지 않는다. 추첨 과정이 없으니 탈락하는 학생 없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다.

전국 2741개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지난달 22일 기준 2838개 초등학교(전체 초등학교의 46%)에서 늘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초등학교의 1학년 학생은 약 18만2000명으로 이 중 13만 5000명(74.3%)이 늘봄학교 참여를 희망했고 탈락 없이 모두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 돌봄교실 이용 학생인 약 6만6000명(초1 전체 학생의 32.2%)의 두 배 이상 학생이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과밀 학교의 심각한 돌봄 대기자 문제도 해소한다. 2838개 학교의 2023년 돌봄 대기 학생 수는 5676명이었으나 올해는 0명이다.

두 번째 특징은 초등학교 1∼2학년 수준에 맞는 재미있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매일 2시간씩 무료로 제공된다’는 것이다. 정규 수업 후 오후 3시까지 양질의 프로그램에 무료로 참여한 이후 귀가하거나 방과후학교나 돌봄교실 등 선택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늘봄학교를 방문해 현장 의견을 들어 보면 ‘늘봄학교 참여로 아이가 학교생활에 쉽고 재미있게 적응할 수 있어 좋다’ ‘추가 이동 없이 학교에서 제공하는 질 좋은 프로그램에 참여해 오후 시간의 돌봄 부담을 덜고 아울러 사교육비 절감 효과도 있다’라는 반응이 많다. 현재 늘봄학교는 1학년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 유익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1만 7000여 명의 강사(3월 29일 기준 외부 강사 81.3%, 희망 교원 18.7%)가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부는 대학 등과의 협력을 통해 지역적 여건 등으로 프로그램 개설과 강사 수급이 어려운 지역의 약 700개 늘봄학교에 약 1600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한국야구위원회 등 50개 단체·협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KBO 찾아가는 티볼교실’ ‘늘봄 KB스타 경제교실(KB금융그룹)’ 등을 전국 늘봄학교에 제공하고 있다.

세 번째 특징은 ‘지역별 특성과 여건에 맞는 다양한 늘봄학교 운영 모델’이 발굴되고 있다는 점이다. 부산광역시의 경우 3월부터 관내 모든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자체·대학·지역 유관 기관 등과 적극 협력해 충분한 공간(504실)을 확보하고 단순한 돌봄을 넘어 학습 능력도 키워주는 학습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대구광역시는 도심·농촌 지역별, 학교 규모별 특성에 맞는 다양한 모델을 제안하고 있으며 지역 대학, 전문 기관 등과 연계해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거점형 늘봄센터를 구축하고 주말에도 프로그램을 제공해 주중뿐 아니라 주말 돌봄 공백까지 해소하고 있다. 주중에는 학교에서, 주말은 지자체가 운영하는 운영체제도 구축했다.”




“전담인력 배치해 교원 부담 최소화… 범부처 협업하고 현장과 소통 강화해 정책 안정화 노력”

―늘봄학교 도입에 대해 여전히 현장 교원들의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학교 및 교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은.

“우선 학교 현장 업무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교육청의 늘봄학교 지원 센터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전국 188여 개 센터에 300여 명의 공무원을 배치했고 늘봄학교에는 늘봄 전담 인력으로 기간제 교원 2168명(3월 29일 기준)을 배치했다.

또한 교사의 행정 업무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늘봄지원실’ 기반의 늘봄학교 운영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올해는 과도기 단계로 1학기에 기간제 교사를 배치해 늘봄학교 관련 신규 업무 부담을 해소하고 2학기에는 모든 초등학교에 늘봄 행정 업무를 전담하는 늘봄 실무 직원을 배치할 예정이다. 2025년에는 큰 학교에 늘봄지원실장을 배치해 늘봄학교 전담 운영체제를 완성할 계획이다. 늘봄지원실 기반의 운영체제가 완성되면 교원은 더 이상 기존 방과후학교나 돌봄교실 업무까지 맡지 않게 된다.”

―늘봄학교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항은.

“그간 분절돼 운영하던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을 하나의 체제로 통합 및 개선하는 일은 쉽지 않다. 희망하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늘봄학교는 초저출생 위기 극복이라는 사회적 요구 등에 부합하는 미래 지향적 교육 정책이다. 현장과의 긴밀한 소통을 바탕으로 인력과 공간, 양질의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충분히 확보되고 공급돼야 교육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다. 교육부는 학생과 학부모가 만족할 수 있는 양질의 프로그램 공급을 위해 지역 대학, 전문 기관 등과 협력해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 및 공급하도록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늘봄학교가 교육 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되려면 학교만의 노력으로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학교와 교육청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대학, 기업, 기관 등 우리 사회의 모든 주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부도 국가 교육·돌봄 체계를 정착시키기 위해 ‘늘봄학교 범부처 지원본부’를 구축 및 운영하고 있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8개 중앙 부처 장관, 국무조정실장,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17개 시도 교육감 및 시도지사가 참여해 늘봄학교 프로그램의 질 향상을 위해 협업하고 안정적 운영을 위한 방안들을 함께 논의하고 있다.

대통령이 ‘중앙지방협력회의’ ‘늘봄학교 범부처 지원본부 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늘봄학교의 성공을 위해 힘을 모아줄 것을 강조한 이후 국가적 지원도 활발해졌다. 국무위원 등의 재능 기부가 이뤄지고 중앙부처뿐만 아니라 지자체도 늘봄학교를 지원하기 위한 협업이 활성화되고 규제 개선도 추진할 수 있었다. 또한 대통령은 전국 4개 초등학교를 직접 방문해 지역과 학교마다 다른 여건 속에서 늘봄학교를 안착시키는 과정을 청취하고 현장에 필요한 사항들에 대한 지원 방안도 꼼꼼히 챙기고 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이 현재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시점이다. 온 사회가 협력하고 지원함으로써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하길 기대한다.”




윤희선 기자 sunny0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