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저축은행 등 35곳 '비정규직 차별 점검' 결과 34곳서 185건 적발…동종 업무인데 복리후생비 차별 여직원 신체접촉 성희롱…임신 근로자 '시간 외 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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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저축은행은 기업여신 업무를 담당하는 통상 근로자(8시간 근무)에게 생일축하금(10만원)과 자기계발비(월 20만원), ‘근로자의 날’ 수당(10만원) 등을 지급하고 있었다. 그러나 같은 업무를 맡고 있음에도 단시간 근로자(7시간 근무)에게는 이러한 복리후생비와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 B 신용정보회사는 정보기술(IT) 유지보수 업무를 하는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30만원 상당의 건강검진을 지원 중이다. 하지만 비슷한 업무를 하는 기간제 근로자는 그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원에서 제외했다.
고용노동부는 저축은행(26개소), 카드사(5개소), 신용정보회사(4개소) 등 총 35개소를 대상으로 올해 1분기 비정규직 차별 및 육아지원 제도 위반 여부를 점검한 결과, 이 같은 위법 사항을 적발했다고 3일 밝혔다.
감독 결과 총 35개소 중 34개소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14건) ▲성희롱 및 육아지원 제도 위반(18건) ▲최저임금 미달 등 금품 미지급(50건) 등 총 185건의 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차별적 처우와 관련해서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동종·유사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 근로자와 비교해 불합리한 차별을 받는 사례가 많았다.
현행 기간제법이나 파견법은 기간제, 단시간, 파견 근로자 등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동종·유사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에 비해 임금과 근로조건, 복리후생 등에 있어 차별적 처우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 저축은행은 대출 업무를 담당하는 정규직 직원에게는 학자금과 건강검진, 사내대출 등을 지원한 반면, 기간제 근로자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식대 비용으로 정규직에게는 월 20만원, 기간제에게는 월 15만원 등으로 차등 지급하는 저축은행도 있었다.
한 카드사 역시 정규직에게는 월 31만원의 식대를 지급했지만 기간제에게는 월 25만원만 줬다. 또 운전 업무를 수행하는 직접고용 근로자에게는 7만원의 명절 포인트를 준 반면 파견 근로자에게는 6만원만 지급했다.
성희롱은 물론 임신 근로자에 대한 시간 외 근로 등 육아지원 위반 사례도 적발됐다.
한 저축은행 임원은 “미국에서 살다와 아메리칸 마인드”라며 회식 자리에서 여직원 정수리에 입맞춤을 하거나 여직원을 한 명씩 포옹했다. 회식 외 시간에도 수시로 여직원에게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는 등 신체 접촉을 반복했다.
이 밖에 연장·휴일·야간 근로수당 3300만원(221명), 연차수당 1억8300만원(511명), 퇴직급여 2억2500만원(202명) 등 50건의 금품 미지급이 적발됐다. 피해 근로자는 949명, 금액만 총 4억5400만원이다.
고용부는 적발된 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시정 지시하고, 성희롱 발생 사업장에는 가해자 징계 등 필요한 조치와 조직문화 개선을 요구했다.
아울러 이번 감독을 시작으로 비정규직 차별 및 육아지원 위반 근절을 위해 기획 감독을 연중 실시하고, 주요 위반 사례를 배포해 사업장이 자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안내할 계획이다.
이정식 장관은 “다양한 고용 형태의 근로자가 정당한 보상을 받고, 육아지원 제도를 눈치 보지 않고 활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