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문서들 과학연구 인용 급증… 팬데믹 거치며 생물학 부상 정부-언론-특허 인용 많아 과학 R&D 예산 중요성 드러내 철학-예술 등은 적게 인용
박재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공공 활용도 높은 과학 연구는
과학 연구는 그 자체로 인류의 지식을 발전시키지만 그 외의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한다. 예컨대 각종 경제·사회 정책의 수립 및 운영에 객관적인 기반을 제공할 수 있으며, 다양한 산업 기술들이 개발되는 데에 이론적 밑거름이 된다. 나아가 뉴스와 같은 언론 매체들을 통해 소개됨으로써 일반인들의 교양 지식을 함양시킬 수 있다. 현대의 과학 연구가 사회와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 볼 수 있는 연구가 있을까? 최근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팀이 발표한 두 연구가 그런 사례가 될 수 있다.》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으로 우리는 과학과 정책이 면밀히 연결되고 밀접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음을 경험했다. 코로나라는 새로운 바이러스에 관해 과학계에서 발표한 각종 증거들은 보건, 방역, 경제, 사회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됐다. 첫 번째 연구(Yin, Yian, et al. “Coevolution of policy and science during the pandemic”)는 코로나 팬데믹 극복에 있어 정책 문서들이 최신 과학 연구 결과들을 어떻게 정책에 활용했는지 분석한 것이다.
연구가 발견한 것은 다음 두 가지다. 첫째, 정책 문서들의 과학 연구 인용이 크게 늘었다. 2020년 상반기에 발간된 전 세계 정책 문서 중 과학 논문을 한 건 이상 인용한 문서의 수가 가파르게 증가해 인용된 연구의 20% 정도가 당해 연도에 출판된 것이었다. 팬데믹 초기에는 생명공학이나 생물학과 관련된 연구들이 주로 인용되었으나, 시간이 흐르며 경제, 노동, 사회 분야의 인용 비율도 높아지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었다.
둘째, 정책 보고서 내에서도 과학 연구를 인용한 것이 그렇지 않은 문서에 비해 다른 문서들로부터 더 많이 인용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정책 영역 안에서도 과학적 연구 결과에 기반한 보고서들이 더 중요하게 여겨진 셈이다. 인용 횟수는 기관별로 달랐지만, 개별 정부에서 발행한 정책 보고서들에 비해 WTO와 같은 국제기구에서 더 직접적으로 과학 연구를 인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림을 보면 컴퓨터 과학, 재료 과학, 수학, 공학은 특허 영역에서 인용 수가 많은 반면, 사회 과학 연구들은 특히 정부 및 뉴스 미디어에서 다수 인용되었으나, 특허에서는 낮은 인용 수를 보여주었다. 생물학은 모든 영역에서 다수 인용되었으나, 예술 및 인문학은 모든 영역에서 상대적으로 적게 인용되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과학계에서 중요하다고 받아들여진 연구들이 더 자주 인용됐다. 예를 들어, 피인용 횟수가 상위 1%에 속하는 과학 연구들이 정부, 뉴스, 특허 영역에서 인용된 비율은 기준 수치인 1%보다 9배에서 18배까지 높게 나타났다. 나아가, 두 개 이상의 공공 영역에서 함께 참조된 논문들은 과학계 내에서 더더욱 영향력이 큰 연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 가지 공공 영역이 과학계 내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연구를 주로 소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쉽게 말해 과학자들과 일반 대중의 관심사가 서로 연결돼 있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해당 연구는 과학 연구가 세 가지 공공 영역에서의 활용도와 공공 자금 지원, 즉 정부의 R&D 투자와의 상관관계를 밝히고 있다. 공공 활용도가 높을수록, 그 분야는 더 많은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경향이 나타났다. 과학 연구가 공공의 관심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의 R&D 투자가 사회적 요구와 일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위에서 소개된 연구는 과학 연구가 정책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대중과 맞닿아 있으며, 그것이 다시 정부의 투자로도 연결됨을 데이터로 증명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정책 문서, 특허, 그리고 언론 보도가 과학 연구를 참고하여 작성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국내 과학 연구 또한 비슷한 양상을 띠며 사회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박재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