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새샘 산업2부 차장
“총선이 지나면 어떻게 될 거라고 하는데, 정부는 그렇게 일하지 않습니다.”
2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최근 회자되는 ‘건설업계 4월 위기설’의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다. 대통령실이 “(위기설은)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2022년 말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로 불리는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 당시에도 건설업계 위기론이 팽배했다. 구체적인 기업 이름이 명시된 ‘부도 건설사 리스트’까지 돌았다. 하지만 연쇄 도산 같은 폭탄은 터지지 않았다. 이번에도 그때처럼 ‘지라시’로만 끝날까.
분양과 준공이 늘어나는 것을 마냥 긍정적으로 보기도 어렵다. 늘어난 물량이 소화가 안 되면 고스란히 미분양으로 쌓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지방에서는 최초 분양 때부터 옵션 무상 제공, 중도금 무이자 등의 혜택을 내거는 사례가 수두룩하다. 과거엔 미달이 확정된 뒤에 쓰던 마케팅 수단을 처음부터 쓰는 셈이다. 개중에는 시장이 회복될 때까지 청약을 미루다 공사가 끝날 시점이 다가오자 어쩔 수 없이 청약에 나서는 곳도 있다.
지난달 28일 정부가 내놓은 ‘건설경기 회복 지원방안’ 역시 정부의 ‘수사’와는 거리가 있다. 대책에서 정부는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기 위해 기업구조조정리츠(CR리츠)를 부활시키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3조 원을 투입해 건설사가 보유한 토지를 매입하도록 했다. 모두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건설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약 10년 전 건설사들이 무더기 부도 위기에 처했을 때 썼던 처방이다.
물론 우량 기업마저 도산하는 일을 막기 위해선 필요한 대책이다. 하지만 금융위기 당시와 다른 점이 있다. 그때는 정부가 건설사 구조조정이라는 극약 처방과 함께 이런 지원책을 사용했다. 그런데 지금은 건설사 자구 노력을 유도할 만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만약 위기설이 실체가 없다 해도, 지금 건설산업의 거품을 줄일 대책을 고민하지 않는다면 이런 위기설은 언제든 반복될 수밖에 없다. 자기 돈은 거의 들이지 않은 채 빚을 내거나 분양 대금으로 사업하는 건설사들의 사업 방식을 바꿔야 한다. 건설경기가 호황이면 제대로 된 사업성 분석 없이 ‘묻지 마 대출’을 하는 금융기관의 영업 행태도 끊어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새샘 산업2부 차장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