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브로드웨이 연극 ‘엠. 버터플라이’ 개작 버전으로 7년 만에 국내 공연 中스파이와 사랑에 빠진 佛남성 그려
‘엠. 버터플라이’에서 송릴링(최정우·오른쪽)은 르네 갈리마르(이동하·왼쪽)를 향해 “생각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해 결국 자기 세계를 파괴한다”며 이분법적 사고에 대한 생각거리를 남긴다. 연극열전 제공
지독한 현실을 마주하느니 환상 속에 남길 택한 이들의 결말은 비슷하다. 어리숙한 프랑스 영사관 직원 르네 갈리마르가 “동양인은 결코 완전한 남성이 될 수 없는 세상”에서 황제로 군림하는 동안, 파멸의 격랑은 그에게 빠르게 닥쳐오고 있었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연극 ‘엠. 버터플라이’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7년 만에 관객과 만나고 있다. 이번 시즌은 2017년 브로드웨이에서 상연된 개작 버전의 첫 국내 공연이다. 작품은 1964년 중국 베이징, 하급 외교관 르네가 오페라 ‘나비부인’을 연기하는 경극 배우 송릴링(쑹리링)의 신비롭고 순종적인 매력에 빠져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20세기 중국에서 여장을 한 채 스파이로 활동했던 경극 배우 스페이푸가 프랑스 외교관 베르나르 브루시코를 속이고 국가 기밀을 유출한 실화를 재창작했다.
작품의 배경은 60년 전이지만, 극중 동양과 여성을 지배의 대상으로 보는 시선은 오늘날과도 평행을 이룬다. 르네는 송릴링을 ‘순수한 얼굴로 자신을 최고라고 말해주는 신비로운 여인’이라 칭찬하고, 그의 친구 마크는 경극에 대해 “고양이들이 짝짓기하는 소리”라고 농담한다. 이는 유머를 빙자한 차별과 타자화, 오마주의 탈을 쓴 문화전유가 더욱 교묘해진 오늘날 일부 콘텐츠를 떠올리게 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