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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잃고 뒤틀린 모성… 믿고 보는 두 여배우의 ‘마더스’

입력 | 2024-04-04 03:00:00

소설 원작 영화 ‘마더스’ 개봉
사고後 무너진 두 엄마 이야기
해서웨이-채스테인 열연 돋보여



아들을 잃은 엄마 셀린(앤 해서웨이·왼쪽)과 아들을 지키려는 엄마 앨리스(제시카 채스테인)의 복잡 미묘한 감정 변화를 따라가는 스릴러 영화 ‘마더스’.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제공


어떤 사건은 우리를 결코 전과 같은 사람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든다. 유능한 남편, 착하고 귀여운 아들, 다정한 이웃…. 부러울 것 없던 셀린(앤 해서웨이)의 삶은 어느 봄날 한순간에 산산조각 난다. 여덟 살 아들 맥스가 발코니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고 만 것. 떨어진 아이를 부둥켜안고 절규해보지만 아들의 숨은 이미 끊어졌다.

맥스의 죽음으로 이웃 앨리스(제시카 채스테인)의 일상도 무너진다. 셀린과 친자매처럼 지내던 앨리스는 맥스가 발코니에서 위태롭게 서 있는 모습을 목격하고 소리를 질렀지만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앨리스의 아들 테오 역시 가장 친한 친구였던 맥스를 잃은 슬픔에 빠져 우울해한다. 앨리스를 더욱 신경쇠약 상태로 몰아넣는 건 셀린의 태도다. 죽은 맥스를 기억한답시고 자꾸 테오를 집으로 불러 함께 시간을 보내고,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테오에게 과자를 권해 위험한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앨리스는 셀린이 자신에게 복수하기 위해 아들 테오를 해치려 한다는 노이로제에 걸리고 두 사람의 관계는 점점 복잡 미묘해져 간다.

두 엄마의 모성애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뒤틀린 관계를 세밀하게 묘사한 영화 ‘마더스’가 3일 개봉했다.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다. 무엇보다 ‘믿고 보는 배우’인 앤 해서웨이와 제시카 채스테인의 연기가 이야기에 설득력을 더한다.

앤 해서웨이는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엄마 셀린 역을 실감나게 소화했다. 특히 아들이 죽은 직후 슬픔에 몸을 가누지 못하다가 옆집 아이 테오를 볼 때 미움인지, 소유욕인지 모를 감정으로 눈빛이 살아나는 모습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큰 눈과 시원시원한 입매로 사랑스럽거나 처연한 역할을 많이 맡았던 앤 해서웨이의 연기 변신이라 할 만하다. 앤 해서웨이는 보그 홍콩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맡았던 것 중 가장 어려운 역할이었다. 배우로서 해낼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아 하차할 뻔했다”고 말했다. 그는 촬영 도중에 밥을 먹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다고 한다.

제시카 채스테인은 아들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에 점점 히스테릭해지는 앨리스의 감정을 차곡차곡 능숙하게 쌓아 올린다. 각각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여우주연상 수상자인 두 배우가 부딪치는 장면은 눈빛만으로도 긴장감이 전달된다. 친구 사이인 두 배우 모두 영화 제작자로 참여했다. 다만 배우들의 연기에 비해 각본과 연출이 단순하다는 인상을 준다. 촬영감독으로 잘 알려진 브누아 들롬의 첫 장편 감독작이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