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판매 ‘채무면제’ 8년전 중단 기존 100만명엔 계속 수수료 받아 보상금 지급은 1404억원에 불과 카드사 “문자-명세서 통해 고지”… 소극적 고지로 고객들 인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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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빠져나간 카드수수료
가입자의 사망 또는 질병으로 카드대금을 못 갚게 됐을 때 채무를 면제해주는 ‘채무면제·유예서비스’로 카드사들이 지난 7년간 9000억 원에 이르는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서비스는 이미 불완전 판매 논란으로 2016년 판매가 중단돼 지금은 신규 가입을 받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카드사들은 100만 명에 이르는 기존 가입자에게 해약을 유도하거나 수수료 징수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지도 않으면서 ‘얌체 수입’을 거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드사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한 소비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수수료가 빠져나갔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자영업자 이모 씨(40)는 평소 잘 살펴보지 않았던 카드 대금 명세서를 살펴보다 깜짝 놀랐다. ‘채무면제·유예서비스’란 이름으로 약 9만 원의 수수료가 부과됐기 때문이다. 이 씨는 해당 서비스로만 8년간 약 200만 원(한 달에 평균 약 2만 원꼴)의 수수료를 납부한 것을 뒤늦게 확인했다. 그는 “가입 당시 콜센터 직원이 ‘카드 교체나 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게 아니니 안심하셔도 된다’는 말을 반복해 대수롭지 않게 가입했다”며 “콜센터 전화를 녹취해둔 것이 있어 카드사에 항의하니,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지 않는 조건으로 환급해준다고 해 돌려받았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카드 이용대금 채무면제·유예서비스(DCDS)’로 9000억 원이 넘는 수수료를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불완전판매 논란으로 2016년 신규 판매를 중단했지만 100만 명에 이르는 기존 고객들에게 수수료를 계속 징수한 결과다.
● 카드사, DCDS로 7년간 9000억 벌어
문제는 DCDS가 신규 가입자를 받지 않은 지 8년 가까이 됐다는 점이다. 카드사들이 판촉 과정에서 고객에게 수수료 부과에 대한 정확한 고지 없이 혜택만 강조해 불완전판매 논란이 제기됐고, 이에 금감원이 카드사 유료 상품 감독에 고삐를 죄자 카드사들은 2016년 8월 신규 고객 모집을 중단했다.
그럼에도 카드사들은 기존 가입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해약을 권하거나 수수료 징수 사실을 고지하지 않으면서 수수료 수익을 계속 챙겨 왔다. 이런 탓에 해당 서비스에 가입된 것을 잊은 채 보상금을 청구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보장이 되는 질병이 제한적이라 가입자 입장에서 보상을 받기가 까다롭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카드사들이 7년간 9000억 원이 넘는 수수료를 챙기는 동안, DCDS 가입자들에게 지급한 보상금은 1404억 원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온전히 카드사의 부수입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경희 상명대 글로벌금융경영학부 교수는 “보상금 수령 비중이 20%를 줄곧 밑도는데 이는 통상적인 보험상품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 카드 유료 상품 민원 7년간 4만 건 육박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