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일만의 전화통화서 날선 대립 바이든 “中 보조금 살포해 시장 장악” 習 “美규제, 위험제거 아닌 위험창출” 방중 나선 옐런, 대중 관세인상 시사
사진=뉴시스
“미국의 선진기술이 미 국가안보를 약화시키는 데 쓰이는 것을 막겠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중국의 첨단기술 발전을 억압하면 좌시하지 않겠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미국과 중국의 정상이 2일(현지 시간) 전화 통화에서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등 첨단기술 통제를 두고 날카롭게 대립했다.
● 美中 정상, 첨단기술 두고 날 선 대립
두 정상은 이날 오전 약 1시간 45분간 통화했다. 지난해 11월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 대면 회담 이후 139일 만이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정책, 비(非)시장 경제관행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중국이 대대적인 보조금 지급을 통해 자국산 전기차 및 배터리를 과잉 생산하고 이에 따른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하려 하는 행태를 비판했다.
또 “미국의 선진기술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약화시키는 데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기존 최첨단 반도체 규제에 이어 중국산 범용(legacy) 반도체 및 태양광 패널 등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미 무역법 301조에 따라 중국의 해운·물류·조선 등도 조사하기로 했다. 무역법 301조는 불공정 무역으로 미 국가안보가 위협받으면 해당 물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미국은 중국에 끝없는 경제, 무역, 기술 억압 조치를 취했고,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 목록 또한 점점 길어지고 있다”며 “이는 디리스킹이 아닌 위험 창출”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이 중국의 첨단기술 발전을 억압하고 중국이 발전할 정당한 권리를 박탈하려 하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두 정상의 기싸움은 양국 모두 첨단기술 전쟁에서만큼은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11월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 경기침체 위기 속 5% 성장률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시 주석 모두 기술패권 선점을 통해 안정적 성장을 이루려 하고 있다.
● 옐런 “中 시장 지배 내버려두지 않을 것”
옐런 장관은 이번 방중에서 중국의 과잉 생산과 글로벌 공급망 질서 위협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방중 전날인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중국에 경고를 이어갔다. 그는 “중국은 시장을 지배하길 원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WSJ는 이를 두고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차를 포함한 일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신호”라며 “그간 관계 안정을 위해 애써온 두 경제대국의 긴장이 다시 고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