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의 센강 주변에서 촬영한 에펠탑 전경.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파리에서 사람들이 떠나고 있다’. ‘파리가 매력을 잃고 있다.’
프랑스 언론들에는 이런 헤드라인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파리 인구가 줄고 있다는 통계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는 워낙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럼에도 프랑스에선 왜 유독 파리 인구 감소에 난리일까.
파리는 세계적인 관광 도시인 만큼 다른 유럽 도시들에 비해 항상 붐빈다. 집값도 비싼 만큼 많은 이들이 살고 싶어 하는 도시로 알려져 있다. 그렇기에 프랑스인들이 인구 감소 현상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일 법도 하다.
● 파리 학교마저 문 닫고 학급 줄여
프랑스 파리의 한 공립학교 외벽에 ‘학급 폐지는 안 된다. 학부모들은 분노한다’는 현수막이 걸렸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세계적인 관광도시 파리는 다른 유럽 도시들에 비해 유동 인구가 넘쳐난다. 벨기에 언론 브뤼셀타임스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가 거의 종료된 2022년 파리 관광객은 4400만 명이었다. 파리가 그해 세계에서 가장 방문자가 많은 도시였다.
그런데 인구 통계는 이와 상반된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파리 인구는 2015년 220만6000명에서 2021년 213만3111명으로 줄었다. 6년간 파리 인구 약 7만3000명이 증발한 것이다. 르몽드는 이에 대해 “역사적인 감소 폭”이라며 “파리 인구의 감소세는 2010년부터 시작됐지만 최근 10년간 감소율이 두 배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감소세의 주요 원인은 기본적으로 출산율 하락이다. 파리에서 2022년엔 3만2000명이 태어났지만 2023년에는 2만2000명이 태어나는 데 그쳤다. 이런 출산율 감소는 코로나19를 거치며 결혼과 동거가 줄며 더 가속화됐다.
● 집엔 실거주자 대신 관광객
프랑스 파리 대로변의 주거용 건물에 집이 팔렸다는 푯말들이 걸려 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주택난도 한몫했다. 르몽드는 휴가용 임대 주택과 투자용 주택이 급증하면서 실거주자들이 살기 힘들어졌다고 분석했다. 실거주용 주택이 턱없이 부족해진 것이다. 실거주자들이 매물을 구하기 힘들다 보니 가격이 급등해 파리에 집 사기는 더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안 이달고 파리시장의 도시계획 담당자인 에마뉘엘 그레고아르 씨는 르몽드에 “도시의 인구 통계는 부동산 시장과 밀접하게 연관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주택 문제를 심각하게 여긴 파리시가 에어비앤비의 임대를 제한했지만 그간 임대주택이 워낙 급증해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혼 증가도 영향을 줬다. 그레고아르 씨는 “20여 년간 가족의 절반이 편부모 가정으로 채워졌다”며 이혼으로 인해 가족 일부가 파리를 떠나며 거주 인구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교통, 건물 정비 등 정주 여건도 우수하진 못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프랑스 국제라디오방송(RFI)에 따르면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 샹드마르스가 있는 부촌 7구에서 최근 인구 감소세가 가장 두드러진다. 이 구의 라치다 다티 시장은 “7구가 교통 문제, 버스 노선 건축 공사로 인한 버스 운행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파리는 항상 (다른 도시보다) 더 더럽고 더 불안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정부의 재산세 인상 기조도 실거주자들을 파리 밖으로 몰아내고 있다. 비싼 집값에 높게 책정되는 재산세를 감당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 200곳에서 재산세가 전년 대비 7.1% 인상됐다. 전문가들은 올해에도 재산세 추가 로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 불거지는 경제 이슈가 부쩍 늘었습니다. 경제 분야 취재 경험과 유럽 특파원으로 접하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 유럽 경제를 풀어드리겠습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