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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 외국 사람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있다. ‘한식에 대하여 한마디로 이야기해 달라’는 것이다. 참 어려운 질문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들여다보았다. 어떤 학자는 한식의 한자 ‘韓食’ 중 한자 ‘韓’의 뜻을 이야기하면서 길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고, 어떤 학자는 발효라는 개념에 착안하여 ‘슬로 푸드 음식’이라고 한참 설명하는 것을 보았다. 어떤 사람은 중국에 음식을 설명하면서 차이를 찾으려고 많은 노력을 하는 것을 보았는데, 어떻게 우리 음식의 뿌리를 중국 음식에서 찾으려는지 궁금하기도 하였다. 아무튼 여러 가지 다른 설명을 다 들어보아도 다 그럴듯하게 보이나 한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권대영 한식 인문학자
이렇게 이야기하니 외국인 학자들이 한식과 다른 음식의 차이를 비로소 이해하였다고 하였다. 한식에 대하여 궁금증이 쉽게 모두 풀리고, 한국인들이 얼마나 맛을 추구하려고 노력해 왔는지에 대하여도 이해했다고 한다. 아울러 밥과 반찬의 역할을 이해하고 중국과 서양의 음식과도 한식의 차이를 확실히 이해했다고 했다. 자기들은 처음에는 한식이 중국 음식 중 하나라고 생각하였다고 털어놓기도 하였다. 그리고 영어 표현의 잘못도 바로잡겠다고 하였다. 반찬과 국을 더 이상 영어로 ‘side-dish’나 ‘soup’라고 하지 않고 우리말로 ‘banchan’과 ‘kuk’이라고 말해야겠다고까지 하였다. 요즈음은 한식이 많이 변색되어 식당에서 요리로 나오지만 우리나라 한식은 요리(dish) 문화가 아니다. 여럿이 한 상에서 밥을 먹고, 반찬의 도움을 받아 맛을 더하고, 이야기하고 소화를 시키는 밥상 문화다. 우리 할머니나 어머니들은 반찬 걱정을 한 것이지 무슨 요리 해서 먹을까 고민한 것이 아니다. 사시사철 제때에 텃밭에서 나오는 나물을 가지고 맛있는 국과 나물을 만들어 그때그때 맛있게 밥을 먹었다.
권대영 한식 인문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