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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먹지?” 아닌 “뭐에다 먹지?”… 한식의 고유성 담긴 한마디[권대영의 K푸드 인문학]

입력 | 2024-04-04 23:24:00

동아일보DB


한식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 외국 사람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있다. ‘한식에 대하여 한마디로 이야기해 달라’는 것이다. 참 어려운 질문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들여다보았다. 어떤 학자는 한식의 한자 ‘韓食’ 중 한자 ‘韓’의 뜻을 이야기하면서 길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고, 어떤 학자는 발효라는 개념에 착안하여 ‘슬로 푸드 음식’이라고 한참 설명하는 것을 보았다. 어떤 사람은 중국에 음식을 설명하면서 차이를 찾으려고 많은 노력을 하는 것을 보았는데, 어떻게 우리 음식의 뿌리를 중국 음식에서 찾으려는지 궁금하기도 하였다. 아무튼 여러 가지 다른 설명을 다 들어보아도 다 그럴듯하게 보이나 한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권대영 한식 인문학자

어떤 것의 특징을 설명할 때 한마디로 이야기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나도 여러 가지를 이야기하여 답해 보았다. 나물 문화, 밥상 문화, 쌀 문화, 발효 문화 등. 딱 수긍이 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한마디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니 상대방이 확실하게 받아들이고 모든 것이 쉽게 이해된다고 하였다. 즉 모든 다른 나라 음식 문화는 대부분 “무엇을 먹을까(What do we eat)?” 문화인데, 한식은 “무엇으로 먹을까(With what do we eat)?” 문화라는 것이다. 우리 할머니들은 끼니때가 되면 항상 “뭐에다 먹지(무엇으로 밥을 먹지)?”로 고민하셨고 귀한 손님이나 명절이 오면 어떤 특별한 것을 밥상에 올릴까 고민하셨다.

이렇게 이야기하니 외국인 학자들이 한식과 다른 음식의 차이를 비로소 이해하였다고 하였다. 한식에 대하여 궁금증이 쉽게 모두 풀리고, 한국인들이 얼마나 맛을 추구하려고 노력해 왔는지에 대하여도 이해했다고 한다. 아울러 밥과 반찬의 역할을 이해하고 중국과 서양의 음식과도 한식의 차이를 확실히 이해했다고 했다. 자기들은 처음에는 한식이 중국 음식 중 하나라고 생각하였다고 털어놓기도 하였다. 그리고 영어 표현의 잘못도 바로잡겠다고 하였다. 반찬과 국을 더 이상 영어로 ‘side-dish’나 ‘soup’라고 하지 않고 우리말로 ‘banchan’과 ‘kuk’이라고 말해야겠다고까지 하였다. 요즈음은 한식이 많이 변색되어 식당에서 요리로 나오지만 우리나라 한식은 요리(dish) 문화가 아니다. 여럿이 한 상에서 밥을 먹고, 반찬의 도움을 받아 맛을 더하고, 이야기하고 소화를 시키는 밥상 문화다. 우리 할머니나 어머니들은 반찬 걱정을 한 것이지 무슨 요리 해서 먹을까 고민한 것이 아니다. 사시사철 제때에 텃밭에서 나오는 나물을 가지고 맛있는 국과 나물을 만들어 그때그때 맛있게 밥을 먹었다.

한식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음식에 대하여 누구나 말 한마디씩 할 줄 알고 다들 전문가이고 관심이 많다. 그렇기에 오히려 잘못된 정보가 많이 생겨나고 잘못된 정보에 쉽게 넘어가서 본질을 까먹는 경우가 종종 있다. 누군가 우리 음식의 본질과 이치 그리고 이치에 따르려는 조상들의 현명한 지혜를 바로 깨달아 알고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권대영 한식 인문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