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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트럼프 “임기 첫날 보조금 폐기”… 韓 전기차 비상계획 짤 때

입력 | 2024-04-04 23:57:00

트럼프


11월 미국 대선에 공화당 후보로 나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정부가 추진해온 전기차 지원정책 백지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된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산업이 큰 충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국의 배터리 관련 기업 주가도 그 영향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최근 미시간주 유세에서 “사람들이 원하지도 않는 전기차에 정부가 엄청난 보조금을 주고 있다. (당선되면) 임기 첫날 전기차 보조금 폐기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했다. 미시간은 미국 3대 자동차 제조업체 본사가 있는 곳으로,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수가 40% 적은 전기차 확산으로 실직을 우려하는 노동자를 겨냥한 발언이다.

올해 1분기 테슬라가 인도한 전기차 대수까지 4년 만에 처음 감소하면서 관련 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위해 전기차 구입 소비자에게 최대 7500달러(약 1010만 원)를 주는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트럼프 공언대로 폐지되거나, 축소될 경우 미국의 전기차 판매는 더욱 빠르게 위축될 전망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현지에 전기차 공장이 없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작년에 미국에서 9만4000여 대의 전기차를 팔아 테슬라에 이은 점유율 2위를 차지했다.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주는 IRA 보조금을 받기 위해 내년 상반기로 예정됐던 조지아주 공장 가동 시기도 올해 10월로 앞당겼다. 수십조 원을 들여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배터리 3사에도 IRA 폐기 가능성은 불확실성을 키우는 심각한 악재다.

전기차·배터리는 한국의 수출을 이끌고 있는 주력산업이다. BYD, CATL 등 중국 기업이 세계 최대 자국 시장을 장악한 뒤 유럽연합(EU), 남미 등에 저가 공세를 펴는 상황에서 미국 시장에 장애가 생기면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대미 투자의 완급을 조절하면서, ‘아시아 뉴7’에 대한 진출 속도를 높이는 등의 비상 대책이 필요해졌다.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우리 기업들이 미국 경제에 끼친 긍정적 효과가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도록 정부는 외교·통상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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