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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나포 선박, 2월엔 北 화물 中에 전달” 中에도 제재위반 석탄수출 의혹

입력 | 2024-04-05 03:00:00

北항구 입항-해상환적 방식으로
장기간 대북제재 위반 지속 추정
선사 홍콩 소재… 北유령회사 가능성
中국기 달다 작년 토고로 바꿔달아




정부 당국이 나포해 억류 중인 3000t급 벌크선(DEYI호)이 2월에는 북한에서 화물을 실은 뒤 이를 중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북한 남포항에서 무연탄을 적재한 뒤 러시아로 향하던 이 선박을 미국 요청을 받고 지난달 말 나포했다. 이에 앞서 이 선박이 중국으로도 북한 석탄 등을 수출한 정황이 이번에 추가로 확인된 것.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는 북한의 석탄 수출 등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4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미 당국은 DEYI호가 정부에 나포되기 한 달여 전인 2월에 자동선박식별장치(AIS)를 끄고 북한 일대에서 화물을 적재해 이를 중국에서 하역했다고 보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이 선박이 대북 제재를 위반했다고 한미가 판단한 주요 정황”이라고 밝혔다. 이 선박은 남포항 등 북한 항구에 입항했거나 인근 해상에서 환적하는 방식으로 석탄 등을 실어 나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중 인근 해상에선 불법 환적 활동으로 의심되는 선박들이 다수 출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DEYI호가 올해 1월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항에서 출항해 부산항에 입항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당시 DEYI호는 우리 항만 당국에 목표지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라고 신고했지만 부산항에서 출항한 뒤 AIS를 끄고 자취를 감췄다. 이를 포함해 이 선박이 AIS를 켜고 운항해 공개 운항 기록을 남긴 건 최근 1년간 단 두 건에 그쳤다. 그런 만큼 한미 당국은 DEYI호가 AIS를 끄고 장기간 대북 제재 위반 활동을 지속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DEYI호는 홍콩 소재 회사가 소유한 선박으로 파악됐다. ‘아시아태평양지역 항만국 통제위원회 안전검사 자료’ 등에 따르면 이 선박은 ‘홍콩 의림해운 유한공사’가 소유주로 표기돼 있다. 다만 2022년 2월 설립된 이 회사는 홍콩 시내 쇼핑센터 건물에 주소지만 등기해둔 상태다. 업종이나 전화번호 등을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DEYI호는 2006년 2월부터 2022년 8월까지 16년여간 중국 국기를 달고 항해하다가 지난해 5월부턴 토고 국기로 바꿔 달고 운항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는 토고 국기 기한도 만료돼 무국적이다.

선사가 홍콩에 있음에도 이처럼 국기는 다른 곳으로 바꿔 단 것은 ‘편의치적(便宜置籍·선박을 자국이 아닌 제3국에 등록)’ 제도를 활용하려는 목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선박에 대한 관할·통제 책임은 선박이 달고 있는 깃발, 즉 기국(旗國)에 있다는 원칙이 있다. 그런 만큼 국기를 바꿔 달면 공해상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이 원칙 때문에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제재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를 회피하려는 방식”이란 비판도 나온다.

북한이 불법 석탄 수출을 위해 홍콩에 유령회사를 세우고 선박을 운항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8년 유엔 대북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북한 선박 ‘장안호’도 홍콩에 설립된 ‘장안해운기술유한공사’ 소유였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