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엑스터시…’ 출간 성해영 교수 “종교가 담당하는 역할 대부분 대체 탈종교속 삶의 의미 찾는 이들 존재 영적 충만 채우는 본질에 집중해야”
―이제는 사람들이 종교를 걱정조차 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고요.
성해영 서울대 교수
―종교계에서는 신자 감소 이유 중 하나로 저출산을 꼽습니다만….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지금 성인과 젊은층에서 무종교인 비율이 늘어나는 건 어떻게 설명하겠습니까. 탈종교 현상은 합리성의 증가, 교육 수준의 향상 등 종교 외적인 요소가 전통적으로 종교가 수행하던 역할을 급격하게 약화시킨 탓이라고 봅니다.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사람이 적었던 옛날에야 종교 지도자가 한마디 하면 그대로 믿었지만 요즘 누가 그대로 믿습니까. 종교가 큰 역할을 했던 윤리 부분도 지금은 법과 제도가 대체했지요. 기성 종교가 담당하던 역할의 대부분이 대체되고 있는데, 신자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종교의 역할이 있다고 했던데요.
―아이는 버리지 않고 목욕물만 버린다?
“앞서 말한 대로 사람에게는 어떤 영적인 충만함, 마음속의 희열 이런 걸 느끼고 싶은 갈망이 있습니다. 인간의 본성이죠. 그런데 종교가 오래되다 보니 이런 본질적인 부분을 중시하기보다 안 믿으면 지옥 간다는 식의 공포로 믿음을 강요하고, 구원을 위해 만들어진 규범과 관습을 마치 종교 그 자체인 것처럼 절대시하게 됐어요. 목욕물을 아이와 동일시하는 거죠.”
―이런 얘기를 하면 기성 종교계에서 안 좋아할 것 같은데요.
“하하하,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요. 인간에게 종교는 여전히 필요합니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는 만큼 종교도 과거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구현될 필요가 있어요. 지식과 윤리 모두 종교가 담당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완전히 종교 밖 시스템으로 대체됐지요. 마지막 남은 영적인 충만함, 마음의 평안 등을 느끼고 싶은 사람의 본성마저 외부에 빼앗기면 종교가 살아남을 자리는 아마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