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릴린 민터 개인전 서울서 열려 佛 80세 디자이너 그린 신작 등 몸의 일부 묘사한 작품 6점 선봬
마릴린 민터가 미셸 라미의 입술과 손을 그린 작품 ‘도금 시대’(2023년). 라미는 1944년에 태어난 프랑스의 디자이너, 퍼포머, 사업가로 짙은 화장과 독특한 스타일로 유명하다. 민터의 회화에서는 그의 치아에 덧씌운 금박이 두드러진다. 작가 및 소속 갤러리 제공
다른 신작 ‘흰 연꽃(White Lotus)’은 필리핀 출신 20대 여성의 주근깨를 도드라지게 그렸다. 민터는 “주근깨가 아름다워 그림에 넣었는데, 그림 속 여자가 뷰티 모델 일을 하며 주근깨를 다 지워버렸다”며 웃었다. 민터는 피부의 주름이나 주근깨처럼 보통의 사람들이 숨기고 싶은 몸의 부분을 크고 자세하게 묘사한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아름답게 표현한다는 점이다.
마릴린 민터가 온라인에서 발견하고 주근깨가 아름답다고 생각해서 발탁한 인물을 모델로 그린 작품 ‘빛나는(Lucent·2023년)’. 작가 및 소속 갤러리 제공
독특한 것은 대부분의 그림을 캔버스가 아닌 알루미늄 패널 위에 그렸다는 점이다. 금속판 위에 그림을 그리는 이유를 묻자 민터는 “독일 작가 게르하르트 리히터가 1980년대에 캔버스 위에 에나멜 물감으로 그림을 그렸는데 시간이 지나고 부서지는 것을 봤다”며 “내 그림은 그렇게 되지 않고 영원히 보존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그 덕분에 민터의 회화들은 겉모습은 촉촉하고 부드러워 보이지만, 그 배경은 금속처럼 단단하고 영원히 박제될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지금은 없어진 그림 속 여성의 주근깨가 그림 속에선 물감으로 영원히 간직되는 것처럼 말이다. 손엠마 리만머핀 서울 디렉터는 “민터의 회화는 실제로 봐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4월 27일까지. 무료.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