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혼란] 의협 차기회장 “朴 상의없이 나가” “성과 안 클거라 예상” 회의론도
의사단체들은 4일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만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의료 공백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나올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면담에서 최대 쟁점인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해 의견 접근이 이뤄지지 않은 데다 박 위원장이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가 없다”는 부정적인 후기를 남기자 실망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의사단체 사이에선 박 위원장의 짧은 후기를 두고 윤 대통령이 증원 규모 등에서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것이란 점을 확인한 후 실망감을 드러냈다는 말이 나온다. 의대 교수들의 모임인 전국의대교수협의회 김창수 회장은 “(증원 규모 등을 두고)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 간 시각차가 컸던 것 같다”며 “사태가 장기화될 텐데 앞으로가 정말 암울하다”고 했다. 역시 교수 단체인 전국 의대교수 비대위(전의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1일 대국민 담화에서 밝힌 입장과 비슷한 얘기를 박 위원장이 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이 다른 의사단체와 충분히 논의하지 않고 윤 대통령과의 만남을 결정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다음 달부터 대한의사협회(의협)를 이끌게 되는 임현택 차기 회장은 “박 위원장이 의협과 충분한 상의 없이 윤 대통령을 만났다”며 “본인 행동에 대한 책임도 본인이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필수의료 패키지 및 의대 증원 백지화 등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7대 요구’와 정부 입장의 차이가 현격한 상황에서 정부 측에 “대화했다”는 명분만 쌓게 해줬다는 것이다.
다만 박 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면담 제안을 마냥 거부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 소재 한 의대 교수협의회장은 “만남 제안에 응하지 않았다면 ‘대통령의 요청에도 안 만났다’며 비판의 대상이 됐을 것”이라면서 “성과는 차치하고라도 박 위원장 입장에선 거부하기 어려운 제안이었다”고 했다. 전공의들은 2월 중순부터 병원을 집단으로 이탈한 후 보건복지부 장차관을 비롯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대화 제의에 ‘무대응’으로 일관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 수반인 윤 대통령의 대화 요청마저 거부할 경우 ‘불통’ 이미지가 강해지면서 여론전에서 더 불리해졌을 것이란 취지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