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모살이 하며 모은 5000만원 지난 2월 기부 가족들의 시신인계 거부 등으로 무연고 장례 치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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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모은 전 재산을 가난한 학생들에게 기부했지만 할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은 외로웠다. 부산에서 식모살이 등 한평생을 모은 전 재산 5000만원을 기부한 80대 할머니가 기부 두 달 만에 세상을 떠난 이후 가족들의 시신인계 거부와 연락단절로 무연고 장례가 치러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5일 북구청에 따르면 지난 1일 만덕동의 한 요양병원에서 권모(80대)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권씨는 지난 2월 자신의 전 재산 5000만원을 저소득층 학생 등 불우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기부했다.
그는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해 자신과 같이 못 배운 설움을 느끼는 아이가 없도록 어려운 가정의 학생들을 위해 기부하기로 결심했다.
권씨는 기부를 하며 오랜 꿈을 이뤘지만 급격히 쇠약해져 지난 2월 요양병원에 입소했고, 그 과정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호흡곤란과 심부전을 겪던 권씨는 지난 1일 홀로 세상을 떠났다.
북구는 권씨의 휴대전화를 통해 가족과 지인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거나 시신 인계를 거부해 무연고 사망으로 처리됐다.
오 구청장은 “어르신께 깊은 애도와 함께 생전에 보여주신 조건 없는 이웃 사랑과 실천에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며 “물질적 소유보다 더 큰 가치를 몸소 보여주신 크나큰 사랑은 우리 사회에 깊은 울림과 따뜻한 불씨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고 전했다.
[부산=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