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부, KTX 개통 20년에 새로운 철도 혁명 선언 2: 1973년 첫 사업검토 후 본공사까지 20년 걸려 3: 국토균형발전에 기여…이용객 10억 5000만 명 4: 고속철도망 전국화로 ‘전국 2시권 생활권’ 추진
〈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 〉
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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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일 대전 동구 한국철도공사 본사에서 열린 KTX 개통 20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대전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본사에서 열린 고속철도 개통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2004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고속철도를 개통하면서 우리의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실제로 2004년 4월 1일 KTX 개통은 국민의 일상생활을 크게 바꿔놓았습니다. 우선 전국을 ‘일일생활권’에서 ‘반나절 생활권’으로 바꾸었습니다. KTX 개통으로 국토 공간이 22.4% 압축되는 효과를 가져왔고, 1년에 2조~2조 6000억 원에 달하는 경제적인 가치를 발생시켰다는 분석 결과도 있습니다.
정부는 앞으로 고속철도의 속도를 더 올릴 계획입니다. 최고 영업속도를 시속 305km에서 320km로 높인 열차를 올 상반기부터 각 노선에 단계적으로 투입할 예정입니다. 노반 등 기반 시설 부족으로 당분간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시속 430km급 초고속열차도 개발해 둔 상태입니다. 또 ‘전국 2시간 생활권’을 위해 고속철도망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정부 방침에는 현대 사회에서 국가 경쟁력이 초연결 광역경제 생활권에서 나오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열쇠가 초고속 교통망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일부 구간이 개통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고속철도가 전국을 연결하는 고속버스라면, GTX로 대표되는 광역급행철도는 광역직행버스에 해당합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에 열린 개통식에서 GTX를 “경부고속도로나 KTX 등에 비견할 정도로 대한민국 대중교통에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수도권뿐만 아니라 대전·충청권, 대구·경북권, 부산·울산·경남권, 광주·전남권에도 GTX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x-TX 프로젝트도 이미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40202/123360952/1
‘속도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입니다. 현재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이 우리 정부와 마찬가지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입니다. 또 ‘길이 열리면 돈이 보인다’는 말은 부동산시장에서 금과옥조처럼 여겨집니다. 고속철도가 걸어온 길과 효과, 정부의 계획 등을 꼼꼼하게 되짚어 보려는 이유입니다.
● 경부축에 집중된 인구 교통량 고려해 고속철 추진
1992년 6월 30일 충남 아산시 배방읍 장재리에서 개최됐던 경부고속철도건설 기공식 모습이다. 1973년 말 사업 검토가 시작된 후 20년이 걸렸다. 대선 공약으로 경부고속철도 건설을 내세웠던 노태우 전 대통령(왼쪽에서 4번째)이 기념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동아일보 DB
KTX 경부선은 이러한 특징들이 보여주는 종합선물 세트입니다. 1973년 말 첫 사업검토가 시작된 이후 1992년 6월 착공될 때까지 무려 20년이 걸립니다. 또 2004년 4월 1단계 계통까지 12년이, 2010년 11월 2단계까지는 6년 정도가 추가됩니다. 당시 발표된 총사업비만 무려 20조 7282억 원에 달합니다.
이후 교통부(현 국토교통부)가 1978~1981년까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의뢰해 ‘대량 화물 수송 체제 개선 및 교통투자 최적화 방안 연구’를 진행한 뒤 경부축 철도시설 신설 계획을 마련합니다. 정부는 이를 1981년 6월 확정한 제4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에 서울~대전 간 고속전철건설계획(사업기간·1986~1989년)으로 반영합니다.
1983년~1984년에는 국내 연구기관(국토개발연구원·현 국토연구원)과 미국 및 덴마크 민간업체 등이 공동으로 ‘서울~부산 장기교통 투자 및 고속철도 타당성 조사’를 벌여 “1990년 초까지 경부축의 철도 및 고속도로가 한계용량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새로운 교통시설은 장기적으로 고속철도가 유리하다”는 보고서를 내놓습니다.
하지만 이후 실질적인 사업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습니다. 당시 전두환 정부가 경제 호황으로 부동산 개발 수요가 폭발하자, 땅값 급등에 따른 물가 자극을 우려해 고속도로나 철도 등과 같은 사회간접자본(SOC)의 신증설을 꺼리면서 재원 조달 문제를 이유로 무기한 연기했기 때문입니다.
반전은 1987년 12월 치러진 대선에서 시작됩니다.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통령 후보가 사업 추진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것입니다. 당시 공약에는 경부고속철도뿐만 아니라 동서고속철도, 호남선 전철화 사업 등이 포함됐습니다.
이후 ‘단군 이래 최대 토목사업’으로 불리며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됐던 고속철도 사업은 경부축에 편중된 개발에 따른 국토의 불균형 발전을 가속화시킬 뿐이라는 반대부터 고속철도 차량 형식 논란, 경주 경유 여부 등에 부딪혀야 했습니다. 또 고속철도 건설 경험이 전무한 까닭에 수없는 시행착오와 부실시공 논란, ‘도룡농 소송’으로 대표되는 환경단체의 반발 등을 겪어야 했습니다.
건설 도중에도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IMF 위기가 닥치는 등 악재도 많았습니다. 급기야 김영삼 정권에서 김대중 정권으로 교체되는 시기에는 백지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 고속철도 이용으로 연 2조 6000억 원의 경제 가치 발생
고속철도는 개통 직후부터 이용객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 결과 지난해 8월에 누적이용객이 10억 명을 넘어섰고, 개통 20주년을 맞는 1일에는 10억 5000만 명을 돌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설 명절 마지막날인 2월 12일 서울역 승강장을 KTX 이용객들이 가득 메웠다. 동아일보 DB
직접적인 효과로는 ▲수송시간 단축과 수송비 절감 ▲자동차 이용 하락에 따른 교통사고 감소 ▲자동차 배기가스 감소 등과 같은 교통공해 감축 ▲교통 편리성 향상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간접적인 효과로는 ▲접근도 향상에 따른 주변 지역 개발 수요 증가 ▲공장 입지 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 ▲유통구조의 변화와 관광지 개발 대상지역 확대 ▲주민의 교류 확대 ▲지방세 수입 증가에 따른 지방재정 건전화 등입니다.
실제로 간선철도망의 최고속도가 기존 시속 150km에서 300km로 높아지면서 전국은 반나절 생활권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에 따라 여행지의 선택폭이 넓어지고, 빈도도 높아지면서 지역 간 교류와 경제성장은 가속화됐습니다.
국토연구원은 이와 관련, 2017년 발표한 보고서(‘국토정책브리프-플로우 빅데이터로 바라본 호남KTX 개통 후 변화’)에서 “KTX 개통으로 국토 공간의 압축 효과를 분석한 결과, 국토면적의 22.4%인 2만 2000㎢를 압축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압축 효과는 새로운 교통시설로 감소한 통행시간만큼 도착지 위치가 출발지와 시간거리 측면에서 가까워지는 효과를 의미합니다.
코레일은 KTX 경부·호남·강릉선 등 6개 주요 구간에서 기존 철도 대비 평균 50.7% 정도(152분)의 시간 단축 효과를 가져오고, 이를 경제적인 가치로 환산하면 연간 2조 60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국토의 균형발전에도 적잖은 기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토연구원이 1일 발표한 보고서(‘국토정책브리프-고속철도 개통 20년, 국토균형발전 효과분석과 향후 과제’)에 따르면 고속철도만의 접근성 개선으로 연간 2조 원 정도의 경제적인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고속철도 개통으로 접근성이 좋아지는 지역의 경우 인구증가율과 사업체 증가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즉 지역경제 성장의 활력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고속철도 축을 따라 교통과 산업이 결합하고, 지역의 철도역은 상업, 관광, 문화의 중심지로 발전하는 지역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용자도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개통 2주 만에 100만 명을 돌파하고, 142일 만에 10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어 2007년 4월 21일(개통 이후 3년 21일)에 1억 명, 지난해 8월 21일(19년 5개월)에 10억 명을 넘어서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개통 20주년을 맞는 1일 현재 누적 이용객은 10억 50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리 국민 한 사람 당 20회 이상 고속철도를 이용한 셈입니다. 누적 운행 거리는 무려 6억 4581만km로, 지구 둘레(약 4만km)를 1만 6150바퀴 회전한 거리와 맞먹습니다.
이전까지 항공이 독점했던 서울~대구, 서울~부산 등 장거리 고급 교통수단의 역할은 철도로 완전히 대체됐습니다. 우선 수도권~대구 구간 철도 수송분담률이 2003년 12%에서 2021년 60%로 5배 성장했습니다. 수도권~부산 구간 수송분담률 역시 같은 기간 38%에서 69%로 2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반대로 항공의 수송분담률은 추락을 거듭해 수도권~대구 구간은 2003년 11%에서 2021년 1%로, 수도권~부산은 32%에서 15%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심지어 대한항공은 KTX 호남선 개통 후 김포~광주 노선을 2016년 중단했고, 2020년에는 김포~여수 노선도 폐지했습니다.
● 5월부터 ‘KTX-청룡’ 투입…시속 430km급 열차도 개발 완료
한국철도공사는 KTX 개통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서울 문화역 서울284(구 서울역)에서 철도문화전을 열고 있다. 21일까지 계속되며, 관람료는 무료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국토연구원도 보고서(‘국토정책브리프-고속철도 개통 20년, 국토균형발전 효과분석과 향후 과제’)에서 “철도 이용 목적에서 도입 당시와 현재의 큰 차이는 업무/출장 비율과 관광/휴가의 이용 목적이 증가했고, 특히, 관광 및 휴가의 목적 비율이 2004년 8.3% 대비 2021년 주중 14.1%, 주말 22.0%로 증가했다”며 고속철 이용객 증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반면 고속철도 도입에 따라 우려됐던 ‘빨대효과’는 없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국토연구원은 “쇼핑목적은 도입 당시와 최근 모두 1% 내외로 높지 않았다”며 “단정할 수는 없지만 빨대효과 등의 영향은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빨대효과는 고속철도나 고속도로, 항만, 공항 등 교통 인프라가 확충된 대도시가 인근에 위치한 지역이나 위성도시의 인구와 경제력을 컵에 담긴 음료를 빨대로 빨아들이듯 흡수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정부는 고속철도의 이러한 효과를 토대로 차세대 고속열차 단계적 도입과 고속철도망 전국 확대 등을 통해 ‘전국 2시간 생활권’을 추진해 나갈 방침입니다.
우선 시간당 설계 최고속도 352km, 운행 최고속도 320km가 가능한 차세대 열차 ‘KTX-청룡’을 다음달부터 경부선과 호남선에 투입할 방침입니다. 이동시간을 최대 30분 단축하는 급행 고속열차를 확대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급행 고속열차는 정차를 1~2회로 최소화해 서울~부산을 2시간 10분, 용산~광주를 1시간30분만에 주파할 수 있습니다. 이 열차는 경부선에 하루 4회, 호남선에 하루 2회 시범 운영할 예정입니다. 2028년 평택~오송 2복선화가 완료돼 선로 용량이 늘어나면 급행열차 횟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정부는 전국 2시간 생활권 실현을 위해 고속철도망 전국 확대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우선 인천과 수원에서 KTX를 타고, 부산과 목포로 바로 갈 수 있는 인천․수원 발 KTX 직결사업을 2027년 상반기 중 완료할 방침입니다.
국토의 중앙을 가르는 중앙선 철도 고속화 사업의 마지막 구간인 안동~영천 구간도 연내 개통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서울에서 출발해 충북 제천~경북 안동~울산 등을 거쳐 부산 해운대까지 KTX로 연결한다는 것입니다.
이밖에 올해 중 동해선 포항~삼척 구간과 서해선 홍성~송산 구간을 개통해서 동서 바닷길을 따라 국토를 종단하는 고속철도망을 완성할 예정입니다. 또 2027년까지 광주~목포 간 호남고속철도 2단계 건설을 마무리 짓고, 춘천~속초 간 동서고속화철도를 개통해 서울과 동해 바다를 고속철도로 연결할 계획입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