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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만 1시간”…점심 대신 투표 선택한 직장인들 긴 대기 줄

입력 | 2024-04-05 14:49:00

사전투표 첫날인 5일 서울 중구 소공동주민센터 앞에 투표하러 온 직장인들로 줄이 늘어서 있다. 뉴스1



“놀이공원 온 줄 알았어요.”

제22대 총선 사전투표 첫날 점심시간이 시작될 무렵인 정오쯤 서울 강남구 역삼1동 주민 센터 앞은 투표하러 온 직장인 행렬로 놀이공원만큼이나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투표 대기 줄에 선 채로 빵으로 배를 채우고 있던 50대 중반 직장인 김 모 씨는 “내일(6일)은 일정이 있고 다음 주 수요일(본투표 날·10일)도 어려워서 오늘밖에 시간이 없다. 어떻게든 투표는 해야 하니까”라며 “지금 20분째 기다렸는데 아까 안내 직원한테 물어보니까 1시간은 기다려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김 씨는 “기다린 게 아까워서 못 가겠다”며 “다리는 조금 아프지만 회사에서도 좀 더 합법적으로(?) 나와 있을 수 있어서 좋다”고 웃었다.

길게 이어진 관외 투표자 대기 줄은 주민센터 밖을 넘어서 인도 블록 전체를 차지했다. 자원봉사 직원이 계속 “여기는 관외 선거인 대기줄입니다”라고 적힌 푯말을 들고 다니며 분주히 안내했다.

40분 넘게 대기 중이라는 송 모 씨(28·남)는 “처음엔 날씨가 좋아서 기다릴 수 있겠거니 했는데 현타(현실자각타임)가 온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그는 “기다리는 동안 커피도 다 마셨는데 혼자 와서 화장실도 못 가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투표를 마치고 동료들과 나온 직장인 허 모 씨(35·남)는 “투표하느라 점심시간이 다 갔다”며 “밥도 못 먹어서 너무 배고프다”면서도 ‘하하’ 웃었다. ‘어떤 사회를 바라느냐’는 질문에 허 씨는 “세금을 좀 덜 가져갔으면 좋겠다”며 “부동산 집값 문제도 해결됐으면 좋겠고 특히 전세 사기 문제가 너무 불안해서 제일 시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주민센터 앞에도 사원증을 매고 투표하러 온 직장인들로 약 200m가량 대기 줄이 생겼다. 지나가던 한 직장인은 긴 줄을 보고 동료에게 “이렇게 줄을 설 일이냐, 오늘 아니면 투표 못하냐”며 놀라움을 나타냈다.

기다리다 지친 일부 직장인들은 상대적으로 한산한 관내 선거인 인원을 보고 “주소를 옮길 수도 없고”라며 자조적인 웃음을 나눴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한 직장인은 친분이 있는 다른 회사 동료에게 “입구에서부터 대기 15분”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한 직장인 A 씨는 이날 오전부터 회사에서 ‘밥 먹고 빨리 투표하러 가자’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그는 “회사에서 강조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오늘이 사전투표일인 것을 알고 식사 시간을 당겨서 미리 나간 사람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소공동주민센터 앞은 눈대중으로 봐도 100명이 훌쩍 넘는 투표 대기 줄이 건물 두 동을 빙 둘러쌌다. 투표소장인 4층까지 이어지는 계단마다 빼곡히 대기 인원이 들어찼다.

인파 관리를 위해 근처에서 대기하는 순찰차도 눈에 띄었다. 투표소 자원봉사자는 “오전 10시 30분부터 사람이 몰렸다”며 “대부분 직장인이어서 줄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도 화성에 거주하는 인근 직장인 양 모 씨(30대·여)는 “본투표 날은 일정이 있어서 미리 투표하려고 나왔다”며 “기다리는 데 40~45분 정도 걸렸는데 투표는 국민 권리이자 의무이고, 우리 지역에 대한 애정도 있어서 투표에 참여했다”고 강조했다.

성동구에 거주한다는 직장인 맹 모 씨(40대·여)는 “단순한 공약보다는 삶을 잘 읽을 수 있는 사람으로 뽑았다”며 “현실적인 시각을 갖고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갈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다릴 엄두를 차마 내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직장인들도 속출했다.

서울 강서구 마곡산업단지 인근에는 사전투표소가 없어서 20분이나 걸어왔다는 30대 남성 직장인 3명은 발산1동주민센터에 입장하자마자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나왔다.

이들은 “사전투표하러 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못 했다”며 “여기 관외(선거인)는 한참 기다리라고 하더라. 빨리 다시 돌아가야 한다”며 발길을 재촉했다.

여의동주민센터 앞에 낮 12시 40분쯤 도착한 직장인 김 모 씨도 “평소보다 밥을 빨리 먹고 와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지금 줄을 보고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그냥 다음 주 본투표 날 관내 투표소에서 투표할 계획”이라며 발길을 돌렸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