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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총선 전날 법정 나올까…법원 ‘강제소환’ 경고 [법조 Zoom In/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입력 | 2024-04-06 12:00:00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2022년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59화입니다.
“검찰 독재 정권의 정치검찰이 수사기소권을 남용해 가면서 원했던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위례·백현동 및 성남FC 배임·뇌물 혐의 재판에 출석하며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13일인데 그중 3일간 법정에 출석하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재판 초기 법원에 나올때만해도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 뿐 별다른 발언 없이 법정으로 향하던 이 대표였지만, 4.10 총선이 가까워지며 이를 의식한 듯 법정 외 발언을 늘려나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대표는 “천금같이 귀한 시간이고 국가에 운명이 달린 선거에 제1야당 대표로서 선거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덧붙였습니다.


● 이재명 불출석에 재판 파행
이 대표와 관련된 대장동 재판은 총선과 맞물리며 진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시작은 지난달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가 심리중인 대장동·위례·백현동 및 성남FC 배임·뇌물 의혹 재판에 이 대표는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전날 이 대표 측이 재판부에 낸 불출석의견을 재판부가 불허했음에도 무단으로 나오지 않은 것입니다. 이 대표는 대신 선거 유세를 진행했습니다. 이 대표는 12일 대장동 공판에서도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참석을 위해 오전에 불출석했다가 오후에야 지각 출석한 바 있습니다.

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장동·위례·백현동 및 성남FC 배임·뇌물 의혹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피고인이 불출석함에 따라 이날 재판은 예정된 증인 신문을 진행하지 못하고 연기됐습니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재판을 열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역시 “재판부가 반드시 출석하라고 해서 출마를 포기했는데 피고인(이 대표)은 오지도 않았다”며 증언을 거부해버렸습니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을 연기하며 “계속 출석하지 않으면 강제 소환을 고려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검찰은 “형사 재판의 피고인이 개인적인 정치활동을 이유로 불출석했다”며 “무단 불출석이 반복될 경우 출석을 담보하기 위한 강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항의했습니다. 이에 이 대표의 변호인은 “이 대표는 제1야당 대표로서 선거에 임하고 있다”며 “헌법상 정당민주주의 제도를 채택하는 우리나라에서 선거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이 대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이 대표의 변호인은 선거일인 4월 10일까지만 불출석을 허용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기도 했지만 재판부는 “정치적 입장을 고려해 재판을 진행할 순 없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 대표 측이 “선거의 중요성”, “과잉 금지원칙” 등을 거론하며 항의하자 재판부는 “변호인들과 토론하고 싶지 않다”며 언짢은 기색을 내비쳤습니다.

이 대표는 22일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가 심리중인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재판에도 무단으로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재판은 재판부 직권으로 피고인 없이 진행하는 ‘궐석재판’으로 진행됐습니다.


● 李, 총선 전날에도 법정 나와야
재판부가 구인장 발부를 통한 강제소환을 거론한 뒤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이달 2일 대장동 재판에는 연달아 출석했습니다. 기사 초반에 썼던 것처럼 출석길에 강한 아쉬움을 토로하긴 했지만요.

물론 ‘제1야당 대표로서 선거에 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달라’는 이 대표 측 주장에도 타당성이 있지 않냐는 주장도 있습니다. 변호인의 말처럼, 헌법상 정당민주주의 제도를 채택하는 우리나라에서 선거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이 대표 개인의 문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란 취지입니다. 선거가 얼마 안남은 상황에서 고작 2~3주 가량 재판 일정을 미루는게 뭐 그리 어렵냐는 말도 합니다.

5일 대전에서 사전투표를 마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 뉴스1


하지만 재판부로서는 난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대표 사건 말고도 수많은 사건을 맡고 있는 재판부가 특정 사건만 일정을 배려해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고, 그 자체로 특혜로 보일 여지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 대표 말고도 재판을 받는 모든 당사자들은 자기 재판이 가장 중요한 법입니다. 그러니 이 대표가 ‘제1야당 대표를 맡은 유력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재판 진행에 예외를 요구하는 건 ‘나는 일반인과 다른 특별한 사람이다’라는 주장을 하는 것과 다름 없겠지요. 형사재판 경험이 많은 한 판사는 “한 피고인에게 예외를 허용하는 것은 결국 특혜논란으로 이어지고, 다른 재판의 신뢰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이 대표로서도 아쉬운 마음에 이같은 주장을 펼칠 수는 있지만, 불출석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이를 부당하다고 생각해선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다행이 이 대표는 재판부의 경고 이후 재판에 출석하며 “억울하고 안타깝지만,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 대표로서는 답답할 노릇이겠지만 총선 하루 전날인 9일에도, 총선 이틀 뒤인 12일에도 그는 법정에 나와야 합니다. 각각 대장동·위례·백현동 및 성남FC 배임·뇌물 재판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 대표는 2일 대장동 재판에서 “총선 전날만이라도 기일을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특혜라는 말이 나온다”며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이 대표는 이날 “총선 전날 출석 할 것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엔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총선 직후인 11일에는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과 벌금 7000만 원을 선고받은 이 대표의 최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항소심 첫 공판이 진행됩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