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상 최종후보 이금이 작가 안선재 교수 훌륭한 번역도 주목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금이 지음·400쪽·1만6000원·창비
이호재 기자
이금이 작가가 올해 세계적인 아동문학상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최종 후보에 오른 데엔 번역의 공을 무시할 수 없다. 이수지 작가가 2022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안데르센상 그림 부문을 수상했지만, 한국인 글 작가가 최종 후보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금이 작가는 수백 쪽에 달하는 두툼한 장편소설을 자주 써온 만큼 한국어를 어떻게 영어로 바꿨는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주인공 이름은 ‘버들’이다. 고유명사라 ‘Bodeul’이라 번역해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영문판은 버드나무를 뜻하는 ‘Willow’라 번역했다. 버들이란 이름이 버드나무에서 왔다는 점에 착안해서다. 여성의 머리칼처럼 축 늘어진 잎 때문에 ‘여인’, 버들 류(柳)와 머무를 류(留)가 독음이 같아 ‘이별’을 상징한다고 여겨지는 버드나무의 함의를 전달하기 위해서 아닐까.
‘포와(布哇)’ 역시 발음 그대로 ‘Powa’라 썼다. 당시 조선인들이 하와이를 발음하기 힘들어 한자를 음역한 것을 그대로 전하기 위해서다. 당시 사진 신부에게 하와이가 얼마나 두렵고 미지의 땅이었는지 번역이 보여주는 셈이다. 소설 영문판이 지난해 5월 미국의 저명한 출판상인 ‘노틸러스 출판상’ 역사소설 부문 금상을 받은 건 이런 섬세한 번역 덕이다.
번역가 이력도 흥미롭다. 소설 번역을 맡은 이는 안선재 서강대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82)다. 영국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안 교수는 1970년대에 종파를 초월한 수도원인 프랑스 테제공동체에 머물며 수행하다 그곳을 방문한 고 김수환 추기경을 만났다. 김 추기경의 초대로 1980년 수사로 한국에 온 뒤 서강대에서 영어영문학을 가르치다 1994년 귀화했다. 안 교수는 정년 퇴임 후에도 서강대 근처에 오피스텔을 마련해 한국 문학작품 번역에 매진하고 있다.
한국 문학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 때마다 조명을 받는 건 작가다. 하지만 좋은 번역이 없다면 유명 작품도 심사 대상에 오르기는 힘들 것이다. 8일(현지 시간) 이탈리아에서 진행되는 안데르센상 수상자 발표에서 ‘Ajimae’ 같은 이색적인 단어가 언급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