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시인과 팬 김예원 작가… 50년 차이에도 “우리는 친구” 김 작가, 5년 전에 영시 번역 선물… 나 시인은 청년 위로하는 시 화답 삶과 죽음-사회 문제 등 대화 담아 ◇품으려 하니 모두가 꽃이었습니다/나태주 김예원 지음/240쪽·1만6800원·자화상
1945년생 나태주 시인(왼쪽)과 1995년생 영어교사 김예원 작가. 신간은 50년의 나이 차를 뛰어넘어 우정을 쌓은 두 사람의 대화를 담은 에세이다. 자화상 제공
친구(親舊).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보통 학교와 직장 등에서 같은 시간과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또래가 친구가 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때로는 세대와 공간을 뛰어넘은 놀라운 우정이 피어날 때가 있다. 시공간적 동질성 외 이들을 묶어낼 만한 보편적 정서가 있을 때 가능하다. 사람들은 일상적이지 않은 우정에 더욱 흥미를 느낀다.
신간의 공동저자 나태주 시인과 김예원 작가가 그런 경우다. 1945년생인 나태주 시인과 1995년생 영어교사 김예원 작가의 나이 차는 정확히 쉰 살. 태어난 곳, 성장 배경, 나이까지 뭐 하나 비슷한 게 없는 둘은 2019년부터 벗이 됐다. 시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세대를 초월한 우정이 만들어진 것이다. 나 시인의 오랜 팬인 김 작가가 좋아하는 영시를 번역해 먼저 보냈고, 크리스마스이브에 나 시인의 답장이 왔다. 책은 반세기의 세월이 무색할 만큼 서로에게 깊이 공감하는 두 사람의 대화를 기록했다. 주제는 자존감, 죽음, 직업, 리더십, 사랑 등 폭넓다.
“딱 오십 해 차이가 났지. 그런데 참 신기해. 이렇게 말이 잘 통한다는 게 말이야.” 나 시인은 김 작가와의 우정을 이렇게 말한다. 시를 사랑하는 김 작가는 나 시인에게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1923∼2012)의 영시를 종종 보낸다. 나 시인은 답례로 김 작가에게 본인이 쓴 시를 가장 먼저 보여주며 감상을 나눈다. 그들의 보편적 정서는 시를 사랑하는 마음에 그치지 않는다. 시에 담긴 청년 자살과 실업 문제를 이야기하는 등 그들의 대화는 다양한 갈래로 뻗어 나간다. 김 작가는 “(나 시인은) 다른 사람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처럼 못 견디는 사람”이라며 그에게 청년들을 위로하는 시를 계속 지어 달라고 말한다.
나태주 시인이 김예원 작가에게 선물한 자신의 대표작 ‘풀꽃’이 담긴 서화(書畵). 자화상 제공
“하늘과 구름과 여행이 널 사랑해줄 거야. 그건 시간문제야. 암 시간문제고말고.(나태주 시 ‘그건 시간문제야’ 중)” 김 작가가 취업 준비생이던 시절 첫 시험에서 떨어진 뒤 나 시인이 그에게 보내온 시의 일부다. 삶의 굴곡을 견뎌내기 힘들 때 두 사람의 특별한 우정을 엿보면서 위로를 얻어보는 건 어떨까. 김 작가의 톡톡 튀는 젊은 감성과 나 시인의 차분한 지혜가 어우러져 진한 여운이 남는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