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코로나 백신 접종 관련 등 음모론 정의-유형-확산 과정 다뤄 비합리적 믿음도 나름의 이유 있어 경멸보단 소통해 사회 분열 막아야 ◇음모론이란 무엇인가/마이클 셔머 지음·이병철 옮김/404쪽·2만2000원·바다출판사
저자는 음모론에 빠진 이가 늘면서 사회관계를 파탄 낼 수 있는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사진은 ‘2020년 미국 대선은 부정선거’라는 음모론에 빠진 이들이 2021년 1월 미 의사당을 점거할 당시의 모습. 워싱턴=AP 뉴시스
2016년 12월 4일 미국 워싱턴의 ‘코멧 핑퐁’ 피자가게. 소총으로 무장한 20대 남성이 들어와 총기를 난사했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이 이끄는 조직이 워싱턴의 코멧 핑퐁 피자가게 지하실에서 아동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황당한 음모론에 빠져 있었다. 해당 가게에는 작은 식자재 창고만 있을 뿐 지하실은 없었다. 음모론에서 언급된 사탄숭배자나 소아성애자도 없었다.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이른바 ‘피자 게이트’다.
다행히 피자 게이트에선 인명 피해가 없었다. 하지만 2021년 1월 ‘2020년 미국 대선은 부정선거’라는 음모론에 빠진 이들이 미 의사당을 무력으로 점거했다. 당시 폭도와 경찰관 등 5명이 사망했다. 지금까지도 미국 공화당의 연방 하원의원 중 일부는 “2020년 대선은 조작된 사기극”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 책은 음모론의 정의와 유형, 확산 과정 등을 체계적으로 연구한 내용을 담고 있다. 과학적 회의주의 사상가로 회의주의 잡지 ‘스켑틱’ 편집장인 저자는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이 왜 음모론에 빠지는지 답을 제시한다.
저자는 음모론에 빠질 만한 저마다의 이유가 충분히 있기에 음모론자들을 단순히 어리석고, 비합리적인 사람으로 치부해 경멸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인정해야 극단적인 사회 분열을 막을 수 있다는 것. 저자는 “감정이 오가게 하지 말라” “사실의 변화가 반드시 세계관의 변화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보여줘라” 등 음모론자와의 13가지 대화법도 알려준다. 그러면서 음모론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언론의 자유 확대, 지식의 투명한 공개 등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양한 음모론이 불거져 사회 갈등이 커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도 유용한 참고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