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여자부 8년만에 챔프전 정상… 3번째 ‘우승 티셔츠’ 입은 ‘블로퀸’ 양효진 코로나땐 리그1위 했지만, PS없어 챔프전 우승 무산 김연경과 챔프전 첫 맞대결 잊지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
프로 데뷔 18년째인 올해 개인 통산 세 번째 챔피언 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은 양효진(현대건설)은 “하루하루 배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앞으로 더 이루고 싶은 특별한 목표는 없다”며 베테랑다운 모습을 보였다. 사진은 양효진이 경기 용인시 현대건설 연습체육관에서 배구공을 머리에 올린 채 카메라 앞에 선 모습. 용인=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우승에 대한 물음표를 지울 수 있어 기쁨이 남달랐다.”
4일 경기 용인시에 있는 프로배구 현대건설 연습체육관에서 만난 양효진(35)은 이렇게 말하면서 “어릴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우승했던 것 같다. ‘다시 우승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양효진의 소속 팀 현대건설은 사흘 전인 1일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5전 3승제) 3차전에서 흥국생명을 꺾고 3연승으로 정상에 오르면서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 이어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2015∼2016시즌 이후 8년 만의 우승이고, 2010∼2011시즌 이후 13년 만의 통합 우승이었다. 2007년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양효진에겐 개인 세 번째 우승이다.
현대건설은 앞서 2019∼2020, 2021∼2022시즌에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지만 챔프전 우승 트로피는 품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포스트시즌 경기 자체가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효진은 “이번 시즌엔 우리 팀 선수 모두가 마음을 많이 비우고 시작했다. 각자 최선을 다한 게 우승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절친한 선배인 김연경(36·흥국생명)과의 챔프전 첫 맞대결도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았다. 양효진은 “연경 언니는 공격도 잘하지만 수비도 어찌나 잘하던지 정말 대단하더라. 그동안 국가대표팀에서 함께 뛰면서 언니와 같은 편 코트에 서 있었다는 게 나한테는 정말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프로 데뷔 18년째인 양효진은 한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김연경을 두고 지금도 스스럼없이 ‘롤모델’이라고 말한다. 양효진과 김연경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최종 후보에 함께 올라 있다. 양효진은 “아무래도 연경 언니가 MVP를 받을 것 같다”고 했다.
V리그 남녀부 통산 득점 1위(7574점), 블로킹 득점 1위(1560점)인 양효진에게 앞으로 더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를 묻자 “그런 건 없다”고 했다. 양효진은 “나도 한때는 목표를 정하고 그걸 이루기 위해 정말 많이 매달렸다”며 “그런데 2015∼2016시즌에 ‘챔프전 MVP’라는 목표를 이루고 나니까 공허함이 밀려오더라. 배구를 그만둘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후로는 하루하루 내가 할 일만 생각하고 내 앞에 놓여 있는 것만 본다”며 “아직도 배구 실력이 조금씩 는다. 내가 배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라고 했다.
한 시즌을 끝낸 양효진은 8일 열리는 V리그 정규리그 시상식 이후 남편과 함께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어디로 가는지를 묻자 양효진은 “내가 한 번에 두 가지 생각을 못 한다. 시즌 중에는 배구만 생각해서 다른 건 아무것도 못 한다. 이제부터 여행지를 알아봐야 한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