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 득세에 수출 외연적 확장 한계 시장 창출 기회 줄어 수출기업들 큰 타격 생산성-재무 건전성 등 내연적 성장 필요
허정 객원논설위원·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산업통상자원부의 수출 통계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3월까지 우리나라 총수출은 1637억 달러다. 수출 증가율이 지난 6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컴퓨터, 무선통신기기 모두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증가 추세로 가면 우리나라 수출 역사상 최대치인 올해 수출 목표 7000억 달러 달성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실로,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에 대한 우리 정부와 국민의 믿음은 절대적이다. 이러한 믿음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이며, 앞으로도 이러한 수출 방정식이 계속 작동할 것인가?
1948년 8월 15일 한반도 유일 합법적인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우리의 새로운 미래가 열렸으나 좌우 극한 대립과 북한의 남침으로 삶이 파괴되고 혼란스러웠던 시기가 1960년대 초까지 이어졌다. 1960년대 초에 이르러서야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필두로 새로운 경제 건설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1962년부터 시작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제조업 생산성 증가를 해외 수출로 잇는 전략을 취했던 우리 정부의 경제성장 방정식은, 오늘날 우리 경제와 삶의 수준을 세계 10위권으로 올려놓는 기적을 만들어 놓았다. 1960년 1억 달러 수출 달성을 시작으로 하여 현재 수출 7000억 달러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우리 경제의 자신감 있는 모습은, 세계 경제사에 뚜렷하게 각인될 유일한 성공 사례라고 하는 데에 누구도 반론을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하니 우리 국민과 정부는 수출에 대한 신념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수출이 경제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이유는, 수출에 앞서 전략적인 국내 산업정책과 자원의 재배분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무역 상대국에 비해 생산성 대비 적은 비용으로 생산 가능한 산업에 자본과 노동력이 모이면서 산업 생산성이 증가하고, 이것이 해외 수출로 이어질 수 있는 원동력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 해외 수출시장이 크면 클수록, 더 많은 나라들과 교역을 하면 할수록 이러한 사이클은 빠르게 돌아가고 국내 경제성장 속도도 가속화될 수 있다.
우선,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2014년까지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수요의 확장과 자유무역주의의 확산으로 우리나라의 수출 외연이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2015년 이후부터는 전 세계의 무역량이 줄어들기 시작했는데, 이는 WTO의 기능 약화, 반덤핑 관세에 의한 보호무역주의, 중국의 기술 탈취로 비롯된 미중 무역 마찰 등으로 외연적 확장이 한계에 도달한 것이 그 원인이다. 외연적 확장에 어려움이 있을 때는 수출 기업들이 크게 타격을 받는다. 글로벌 통상 환경이 냉각되면서 시장 창출의 기회가 쪼그라들기 때문이다. 정부도 힘든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수출의 감소는 결국 경제성장 저하로 이어지게 되고, 이를 만회하고자 어떻게든 외연적 확장을 하려는 통상정책에 힘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 우리 기업과 경제가 누렸던 수출의 외연적 확장이 한계에 이르고 있는 상황이므로 기업과 정부 모두 수출의 내연적 확장성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수출의 내연적 확장성은 크게 두 가지에 의해 달성된다. 첫째는 수출 기업의 생산성 증대이고 둘째는 재무 건전성 확보이다. 우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후화된 생산 설비시설을 업그레이드하고, 우수한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새로운 생산기술이나 신제품 생산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해야 한다. 다음으로, 무리한 자금 조달과 부채 급증에 의한 재무 건전성 악화를 막아야 한다. 최근 한계 기업화 과정을 겪는 중소 수출 기업들이 늘어나는 것은 단기 부채비율의 증가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수출 기업들이 채무상환 능력을 잃으면 글로벌 시장 생존능력도 사라질 것이다.
수출시장 다변화 및 국가 간 통상 협력 강화라는 외연적 확장정책도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가 올해 7000억 달러 수출 목표를 넘어 머지않은 미래에 1조 달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출 기업들의 생산성 증대와 재무 건전성 유지라는 내연적 확장정책도 그에 못지않게 의미 있는 무역 정책 기조로 설정해야 할 것이다.
허정 객원논설위원·서강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