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정책사회부
“총선 때까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은 절대 안 돌아올 겁니다.”
지난달 말 만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총선 전 정부와 의료계의 대타협 가능성을 이렇게 일축했다. 총선을 지렛대 삼아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 계획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게 목표인 전공의들과의 대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었다.
당시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전공의 면허 정지 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해 줄 것을 대통령실에 요청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첨예한 의정(醫政) 갈등에 잠시나마 해빙 무드가 감도는 시기였다. 그러나 정부 내에선 이 같은 ‘회의론’이 우세했다. 안타깝게도 이 전망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4일 극적으로 성사된 윤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의 만남도 양측의 입장 차만 확인한 사실상 ‘빈손 회동’이었다.
그러나 의료계 강경파의 판단은 다르다.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불리한 건 정부”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전공의들은 면허 정지나 수련 지연도 감수할 수 있다고 하고, 대한의사협회는 차기 회장 선출 후 점차 강경파가 득세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500∼1000명 증원’ 등 중재안이나, 정부와 대화를 강조하는 온건파들의 목소리가 설 자리가 없는 이유다.
‘2000명 증원’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못한다는 정부와 정원 유지 또는 감축까지 외치는 의료계 강경파의 공통점은 이번 사태를 ‘전부 또는 전무(All or Nothing)’의 ‘치킨게임’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그러나 어느 쪽이 승리하더라도 결국 피해는 국민의 몫이다. 정부가 이겨도 이미 마음이 떠난 필수의료 전공의들이 그대로 복귀할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환자를 뒤로하고 장기간 집단행동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젊은 의사들에게 이전과 같은 신뢰를 보내기도 어려울 것이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들은 “수술이 더 지연될까 봐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고 한다. 국민과 환자들 눈엔 ‘답답한 정부, 무책임한 의사’만 보일 뿐이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