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윤 연구원 “AI 접목돼 판단·행동하는 진정한 휴머노이드로 넘어가는 중”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대체투자분석팀 로봇담당 선임연구원. [지호영 기자]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지난해 초 국내 증시를 휩쓸었던 로봇 관련주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3월 26일 상장한 웨어러블 로봇 기업 엔젤로보틱스는 4월 3일 공모가 대비 195.5% 상승한 5만9100원에 거래를 마쳤고, 국내 대표 로봇주로 꼽히는 레인보우로보틱스와 두산로보틱스는 올해 최저점 대비 각각 20%, 17% 이상 상승하며 반등세다(그래프 참조). 이에 4월 1일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대체투자분석팀 로봇담당 선임연구원을 만나 로봇 시장을 분석하고 관련주 투자전략을 세워봤다. 양 연구원은 일본 국립 히토츠바시대를 졸업한 뒤 일본 7대 종합상사인 소지쯔 본사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서 로보틱스 및 기계, 운송 산업을 담당하며 국내외 로봇 산업 인사이트를 전하고 있다.
노동력 부족으로 로봇 주목
최근 로봇 산업이 주목받고 있는 배경은 무엇인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가 노동력 부족 현상을 겪으며 로봇 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특히 지난해 국내 시장은 대기업들이 로봇 관련 산업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기대감이 커졌고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로봇 분야 가운데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휴머노이드 로봇 하드웨어 기술력은 이미 2000년 초반에 완성 단계였다. 문제는 소프트웨어였다.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에 AI가 접목되면서 상황을 판단하고 행동하는, 진정한 휴머노이드 수준으로 조금씩 넘어가는 상황이다.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 수준을 인간 나이로 따지면 유치원생 정도다. 어른 수준으로 발전하려면 5년에서 10년 정도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 ‘피겨01’이 사람과 소통하는 영상이 화제였는데.
“로봇은 챗GPT 같은 AI 애플리케이션(앱)과 달리 물리적 존재다. 챗GPT의 경우 언어 데이터를 학습시켜 인사이트를 뽑아내지만, 로봇은 사람과 소통하고 동작도 생성하는 행동 생성형 AI가 필요하다. 피겨01도 동작을 몇만 번 학습했을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이 햅틱을 들고 동작을 하면 로봇이 따라 움직이면서 학습하는데, 현재 이런 행동 생성형 AI는 초기 수준이다.”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 5~10년 뒤에는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다만 로봇이 사람의 모든 요구에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불확실하다. 음식을 집어 달라, 설거지를 해라 등 단편적인 노동 자체는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사람의 모든 요구를 대체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상용화하는 데 필요한 핵심 과제는 무엇인가.
“상용화가 되려면 기술도 중요하지만 결국 가격이 문제다. 아무리 완벽한 로봇을 만들어도 가격이 10억 원이라면 보급이 불가능하다. 현재 로봇 제작에 들어가는 부품을 일본, 독일 기업이 거의 독점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이런 부분이 개선돼야 로봇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력 대동소이
휴머노이드 로봇에서 앞서 나가는 기업을 꼽는다면.
“지금까지는 대동소이하다. 피겨01뿐 아니라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실증 테스트를 하고 있는 ‘어질리티 로보틱스’, 국내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휴보’, 일본 휴머노이드 로봇도 비슷한 수준이다.”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은 어떻게 평가하나.
“테슬라가 휴머노이드 로봇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연계하는 데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고 본다. 테슬라가 처음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공개했을 때 엉성한 모습에 대다수 사람이 비웃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 CEO는 개의치 않았다. 하드웨어는 금방 따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로봇에 어떤 소프트웨어를 적용해야 진짜 로봇을 만들 수 있느냐에 포커스를 맞췄다. 테슬라가 개발하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휴머노이드 로봇 소프트웨어 모두 인지와 판단, 수행을 자율적으로 한다는 점이 비슷하다. 테슬라는 이런 자율주행차 기술을 로봇에 접목하면서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시장을 선점할 때가 왔기 때문이다. 기술력이 대동소이한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기술을 개발해야 시장에서 유리할 수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외에 반드시 살펴봐야 할 로봇 분야를 꼽는다면.
“산업용 협동로봇과 서비스용 물류로봇이다. 여기에 로봇 부품 분야도 눈여겨봐야 한다. 2000년대 초반에 개념이 나오기 시작한 협동로봇의 대표 기업이 일본 화낙이다. 협동로봇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식품, 서비스 등 산업현장 대부분에 보급됐고 현재는 산업 전반에서 사용되고 있다.”
로봇 산업은 크게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용 로봇, 서비스 로봇 등으로 나뉜다.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산업용 로봇은 협동로봇이다. 협동로봇은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며 상호작용하는 로봇으로, 과거 산업용 로봇이 사람과 다른 공간에 설계되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물류로봇도 수요가 커지고 있는데.
“대표적인 서비스 로봇인 물류로봇은 상자를 들어 나르고 싣는 단순노동을 수행한다. 물류로봇은 현재 노동력 부족, 인건비 상승 등으로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CJ대한통운 같은 국내 물류기업도 최근 대규모 투자를 통해 빠르게 자동화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공급시장 일본과 수요시장 중국이다. 일본은 산업용 로봇을 잘 만드는 기업이 압도적으로 많고, 중국은 글로벌 산업용 로봇 시장 수요 점유율이 50%를 넘는다.”
로봇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되나.
“산업용 로봇은 연간 50만 대 정도 수요가 있다.”
한국 기업의 로봇 기술력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자동화 설비인 산업용 로봇은 신뢰성이 중요하다. 이 분야에서는 일본 기업들이 오래전부터 단연 1등이다. 따라서 한국 기업이 산업용 로봇 분야에 들어가기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차세대 산업용 로봇인 협동로봇 분야에서는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 기업이 두산로보틱스와 레인보우로보틱스다.”
투자자가 주목할 만한 국내 로봇 기업을 꼽는다면.
“전 세계적으로 상장된 로봇 기업이 적긴 해도 옥석 가리기는 필요하다. 기준은 결국 기술력이다. 두산로보틱스나 레인보우로보틱스 연매출이 아직 각각 100억 원대에 머물지만 시가총액 5조 원, 3조 원으로 평가받는 건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 실적으로 기업가치를 정당화하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 기업들은 코어 기술을 바탕으로 5~10년 뒤에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어떤 코어 기술을 보유했나.
“3월 2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에서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협동로봇뿐 아니라 휴머노이드 로봇, 물류로봇, 자율주행 로봇 등을 공개했다. 이런 다양한 로봇을 선보일 수 있다는 건 로봇 설계부터 부품 개발, 생산까지 가능한 코어 기술이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3월 26일 코스닥에 상장된 엔젤로보틱스는 어떤 기업인가.
“엔젤로보틱스는 웨어러블 로봇 기업이다. 지금까지 국내에는 대부분 협동로봇 기업이 상장됐는데 이번에 웨어러블 로봇 기업의 등장으로 시장 관심이 쏠린 것 같다. 다만 엔젤로보틱스도 다른 로봇 기업과 마찬가지로 아직 실적이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엔젤로보틱스 주력 시장은 병원이나 요양원 등 재활치료 분야다. 노령화가 가속화되면 이 시장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웨어러블 로봇은 운동용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시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인다.”
로봇株, 테마주에서 성장주로 넘어가는 단계
해외 기업 가운데 주목할 기업은.
“미국이나 유럽에는 상장된 로봇 기업이 거의 없다. 일본에서는 하모닉드라이브시스템스를 주목할 만하다. 이 회사는 로봇 모터의 힘을 키우는 감속기를 생산한다. 현재 시장점유율 70% 정도로 독과점 상태다.”
로봇 관련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일 텐데.
“한국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 등이 편입된 삼성자산운용의 ‘KODEX K-로봇 액티브 ETF’, KB자산운용의 ‘KBSTAR AI&로봇 ETF’ 등이 있다. 해외는 일본 하모닉드라이브시스템스 등이 편입된 ‘ROBO 글로벌×로보틱스&오토메이션 인덱스 ETF’(티커 ROBO), ‘글로벌×로보틱스&아티피셜 인텔리전스 ETF’(티커 BOTZ)가 있다.”
로봇 관련주가 고평가됐다는 의견도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나 두산로보틱스가 현 상황에서는 고평가된 부분이 있지만, 5~10년 후를 생각하면 합당한 부분도 있다. 로봇 관련주는 테마주에서 성장주 영역으로 넘어가는 시기로 보인다. 따라서 로봇 관련주의 경우 단기적인 시장 상황에 휘둘리지 말고 이 회사가 가진 기술이나 시장 성장 가능성을 생각하면서 중장기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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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434호에 실렸습니다]
한여진 주간동아 기자 119hotdo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