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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 우파 성향으로 지난해 11월 집권한 ‘에콰도르의 트럼프’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이 좌파 정권에서 부통령을 지낸 호르헤 글라스 전 부통령을 체포하기 위해 수도 키토 주재 멕시코대사관에 강제로 진입했다. 멕시코는 즉각 “주권 침해”라며 에콰도르와의 국교 단절을 선언했고 니카라과도 이에 동참했다. 타국 영토에 해당하는 다른 나라 대사관에 공권력이 진입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이 거세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에콰도르 경찰은 5일 주에콰도르 멕시코대사관 출입구를 부수고 강제로 들어가 지난해 12월부터 이곳에 머무르던 글라스 전 부통령을 체포했다. 좌파 정부에서 2013~2018년 부통령을 지낸 글라스 전 부통령은 부패 혐의로 체포될 처지에 처하자 멕시코대사관으로 피신해 망명을 준비하고 있었다.
노보아 대통령은 그간 멕시코 측에 글라스 전 부통령의 신병 인도를 요구했다. 멕시코는 글라스 전 부통령이 정치적 박해를 받는다고 주장하며 거부했다. 그러자 노보아 정권은 자국 주재 멕시코대사를 ‘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하며 대립해 왔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쿠바, 콜롬비아, 칠레 등 역시 좌파 지도자가 집권한 중남미 주요국 또한 에콰도르의 멕시코 대사관 강제 진입을 규탄했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전 세계에서 야만주의가 판쳐도 국제법을 지켜야 한다”며 에콰도르를 비판했다. 온두라스는 이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중남미 30여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중남미·카리브 국가공동체(CELAC)의 긴급 소집도 요청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