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가장 큰 아쉬움을 느낄 땐, 병원에 늦게 찾아온 환자를 만날 때다. 정신건강의학과 역시 마찬가지다.
“좀 쉬거나 운동하면 낫는다고 주위에서 말하더라고요.” “정신과에 가면 무조건 약을 줄 건데, 먹으면 큰일 난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말들이 치료 적기를 놓치게 만든다. 모든 우울증에 꼭 약물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반대의 경우도 많기에, 그 기준에 대해 말해 보겠다.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다만 중등도 이상에서는 처음부터 약물치료를 강하게 권유한다. 증상이 많다는 것 자체가 뇌의 다양한 부분에서 기능 저하가 동반되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보통 회복도 더 오래 걸린다. 심각도 판단에 있어 증상의 개수가 중요한 기준이지만, 전부는 아니다. 예를 들어 죽음에 대한 반복적 생각 같은 경우 약물 치료를 하지 않고 지켜보기엔 너무 위험하다. 그 무엇보다도 환자의 안전이 최우선이니까.
주요 우울장애가 의심될 때 약물치료가 필요한 가장 큰 이유로 빠른 호전을 위해서도 있지만, 추후 재발 위험성을 낮추기 위함도 있다. 발목 인대 손상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지나가면 추후 작은 충격에도 다시 쉽게 다치는 것처럼, 뇌의 손상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울증은 재발할수록 다음 재발 확률이 더 높아지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에, 첫 치료 때 6개월 정도 충분한 기간 치료를 받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다.
거듭 말하지만 병원에 간다고 무조건 약물 치료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나의 상태와 환경에 맞춰 가장 필요한 치료를 전문가와 상의하고 결정하게 되니, 부디 편한 마음으로 도움을 구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