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그제 90대 치매 노모와 60대 딸 둘이 숨진 채 발견됐다. 두 딸이 남긴 유서에는 오랫동안 치매를 앓던 어머니의 죽음을 비관하는 내용과 함께 “장례를 잘 부탁드린다”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딸들은 아파트 화단에서, 어머니는 집 안에서 발견됐는데 경찰은 치매를 앓던 어머니가 사망하자 자매가 극단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노인이 노인을 간병하는 ‘노노(老老) 간병’ 끝에 비극적 최후를 맞이한 사고가 또 발생한 셈이다.
치매 등 중증 환자의 돌봄을 가족이 떠안으면서 가족의 일상이 무너지고 오랜 기간 간병한 보호자가 우울증 환자가 돼 극단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초에는 대구에서 치매를 앓던 80대 아버지를 홀로 돌봐온 50대 아들이 살해한 뒤 동반 자살해 충격을 줬다. 일본에선 오랜 간병에 지쳐 가족의 목숨을 빼앗는 ‘간병 살인’이 매주 1번꼴로 발생한다고 하는데, 내년이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한국도 ‘노노 돌봄’이 불행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길어지는 간병에 정신적 고통보다 힘든 게 경제적 압박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간병인 고용 비용은 월 370만 원으로 자녀 세대인 40∼50대 중위소득의 60%를 웃돈다. ‘간병 파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담이 크다 보니 간병인을 두지 않고 가족이 직접 돌봐야 하는 사람이 2042년이면 355만 명까지 급증해 이에 따른 노동 손실 비용이 최대 77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간병 지옥’ 문제를 방치했다가는 국가적 재앙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