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5일 오전 인천공항 제1터미널 사전투표소를 찾은 여행객들이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인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4·10총선을 앞두고 5, 6일 이틀간 실시된 사전투표에 전체 유권자 4428만여 명 가운데 약 1385만 명이 참여했다. 31.28%의 사전투표율로 역대 최고였던 재작년 대선(36.93%)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21대 총선(26.69%)보다는 4.59%포인트 올랐다. 총선만 놓고 보면 역대 최고다.
이런 흐름이 10일 본투표로 이어져 최종 투표율이 21대 총선(66.2%)을 넘어설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총선 사전투표는 이번이 세 번째다. 21대 총선의 사전투표율이 20대 총선보다 14.4%포인트 높아졌을 때 총투표율도 8.2%포인트 올라 크게 늘긴 했지만 증가 폭은 사전투표율 상승 폭보다 훨씬 적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사전투표율이 30%를 넘었지만 사전투표 제도가 안정화되면서 미리 투표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가 반영된 게 일차적인 이유인지, 양측의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최종 투표율 상승까지 견인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높은 사전투표율을 놓고 여야는 아전인수 해석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은 “오만하고 부도덕한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국민 분노와 심판의 의지가 얼마나 큰지를 증명하는 것”이라며 사전투표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보수층의 적극적 참여가 투표율 상승을 이끌었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위대한 국민께서 투표로 주권자의 힘을 보여주셨다. 하루라도 빨리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성난 민심이 확인됐다”며 정권 심판 여론이 고스란히 반영됐다고 주장한다.
그런데도 여야는 사전투표의 표가 모두 상대방을 심판하는 표인 양 유리하게만 해석하고 선전하면서 미래 비전보다는 과격한 발언만 이어가고 있다. 지금이라도 늘어난 사전투표 표가 자기 당을 심판하는 표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보기 바란다. 그래야 사전투표 대신 본투표를 선택한 유권자에게 겸허하게 한 표를 호소할 수 있고 선거 결과가 나온 뒤 낭패를 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