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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준서 “금리 되레 올릴때” 목소리… 한은, 조기인하 어려워져

입력 | 2024-04-08 03:00:00

美 고용 호조에 물가 압박 여전
매파들 잇달아 “내릴때 아니다”
9차례 연속 금리 동결했던 한은
인하 시점은 더 늦춰질 가능성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주요 인사들이 잇달아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미국의 3월 고용시장이 월가 예상을 웃도는 호조를 보이고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쉽게 가라앉지 않으면서 시장 일각에서 기대했던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줄어들고 오히려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한국의 금리인하 시점도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연준 인사들 “되레 금리 인상해야 할 수도”

미 경제매체 CNBC 등에 따르면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5일(현지 시간) 연준의 정책 결정을 감시하는 ‘그림자 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필요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준이 물가 상승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매파’ 성향 인사로 꼽히는 그는 “기준금리를 너무 이른 시점에, 또는 너무 빠른 속도로 인하하면 물가가 반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지난 두 달간의 인플레이션 수치는 (물가 상승률) 하락세가 고르지 않거나 느려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아직은 금리를 인하할 시점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는 같은 날 연설에서 “물가상승률 둔화가 멈출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며 “현재의 위험에 비춰 생각하면 금리 인하를 생각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도 4일 “인플레이션이 지금처럼 계속 횡보한다면 금리를 내릴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금리를 인상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당초 월가에서는 연준이 올해 3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5일 미 노동부가 발표한 3월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비농업 부문 일자리는 전월 대비 30만3000건 늘었다. 월가 예상치 20만 건은 물론이고 2월(27만 건)보다도 많았다. 3월 실업률 역시 3.8%로 2월(3.9%)보다 낮았다. 고금리에도 노동시장이 호조를 보이면서 임금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장은 10일 발표되는 미국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주시하고 있다. 물가지표마저 상승세를 보인다면 시장의 6월 금리인하 기대감은 더 꺾일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는 “대다수 정책 입안자들은 올해 금리 인하가 두 차례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 한은 조기 금리 인하 어려워질 수도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시점이 지연될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한국도 최근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고, 국제유가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2월부터 9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해 왔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말 시장에서 연준이 연내 6차례까지 금리를 인하할 거란 기대가 커졌을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한은이 국내 경기보다는 다시 연준의 통화 정책 등 대외 요인에 더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물가가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에서 한은은 미국과 금리 차가 더 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금리인하 시기가 6월에서 8월 이후로 늦춰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준이 올해 금리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기 때문에 우리가 먼저 인하를 시작하더라도 문제될 건 없다”고 말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