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위한 ‘시차 출퇴근’ 등 독려 정부,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 추진
정부가 재택근무, 시차 출퇴근 등 유연근무를 적극 도입하는 기업과 이를 활용하는 근로자의 세금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맞벌이 부부가 직장 생활을 계속하면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7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유연근무 등 일과 생활의 균형을 추구하는 고용 문화를 확산하는 기업의 세금 부담을 이르면 내년부터 줄여주기 위해 세부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정부는 유연근무를 활용하는 근로자의 세금 부담을 낮추는 방법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기업이 시차 출퇴근이나 근로시간 단축 같은 유연근무 도입을 늘리고 근로자는 이런 제도를 보다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인센티브에 세제까지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유연근무를 도입한 중소·중견기업에 지원금을 주고 육아를 위해 단축근무에 나서는 근로자에게는 급여의 일정액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유연근무 등과 관련해 기업과 근로자에게 주어지는 세금 혜택은 없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보편성이 중요한 조세 제도에서 예외적인 세제 혜택을 과도하게 늘리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정부는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출산장려금에 대해서는 금액과 무관하게 전액 비과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하며 육아” 유연근무 지원나서… 도입 힘든 中企 소외 우려도
정부, 유연근무 도입땐 稅감면 검토
국내기업 75% 유연근무 채택 안해… 법인-근로소득세 혜택줘 도입 유인
중소 제조업체 “실제 생산과 직결… 세금 깎아줘도 유연근무 어려워”
지방의 한 중견 제조업체에서 사무직으로 일했던 김모 씨(30·여)는 아이가 세 살이던 2년 전 육아 때문에 회사를 관뒀다. 육아휴직을 쓰고 복직해 1년 동안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이용하면서 회사에 다녔다. 하지만 법으로 쓸 수 있는 최대 기간이 끝나면서 결국 퇴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정규직으로 입사한 첫 회사였고 정년까지 다니고 싶었지만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 있지 않을 때 봐줄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김 씨는 “회사에 근무시간 조정을 문의해 봤는데 직원이 110명뿐이라 그런지 어렵다고 했다”며 “지금은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 점심 시간대에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국내기업 75% 유연근무 채택 안해… 법인-근로소득세 혜택줘 도입 유인
중소 제조업체 “실제 생산과 직결… 세금 깎아줘도 유연근무 어려워”
이에 따라 정부는 유연근무를 확대하는 기업에 대한 법인세와 이를 활용하는 근로자의 근로소득세를 중심으로 세제 혜택을 검토할 계획이다. 현재 정부는 유연근무에 적극적인 중소·중견기업인 ‘근무혁신 우수기업’에 정기 근로감독 면제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또 일부 중소·중견기업에는 유연근무 지원금도 준다. 실제로 유연근무를 도입한 기업에 법인세 등을 깎아주게 되면 처음으로 유연근무 관련 기업에 대해 세제 지원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육아를 위해 일하는 시간을 줄인 근로자에게는 현재 정부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급여’로 줄어든 급여의 일부를 보전해주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육아를 위한 유연근무로 근로자의 소득이 줄어들 경우 소득세 감면 등으로 이를 보완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강민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 문화가 함께 변해야겠지만 기업과 근로자에 대한 직접적인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면 유연근무 확대에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유연근무 도입 힘든 기업 역차별 우려도
최근 부영 사례와 마찬가지로 유연근무를 도입하기 힘든 기업과 근로자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셈이다. 대기업인 부영이 근로자에게 아이 한 명당 1억 원씩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한 뒤에 정부가 기업의 출산지원금에는 세금을 전혀 물리지 않기로 하자, 출산지원금을 줄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 근로자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제기됐다.
최근 정부의 재정 여건을 감안하면 깎아줄 수 있는 세액이 그리 많지 않아 효과가 작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유연근무 실행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고 도입이 힘든 기업과 근로자에게는 세제 혜택도 ‘그림의 떡’일 수 있다”며 “조세의 보편성이라는 측면에서도 특정한 목적을 위한 감세를 늘리는 건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