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I 익스프레스 표준 사양을 결정하는 PCI-SIG가 PCIe 7.0 사양을 사전 공개했다. PCIe는 고속 직렬 컴퓨터 확장 버스 표준의 약자로 메인보드와 데스크톱 그래픽 카드, 외부 확장 카드, 와이파이 및 이더넷 하드웨어 연결 등 외부 장치를 결합할 때 쓰인다.
메인보드 하단의 그래픽 카드 연결 단자가 PCIe 단자며, 가장 짧은 1배속에서 최대 16배속까지로 구성된다. PCIe 표준은 그래픽 카드 성능 및 네트워크 속도가 빨라지면서 성능 한계가 높아지고 있으며, 그래픽 카드가 인공지능용 AI 가속기로 쓰이면서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PCI-SIG는 매년 시장 수요보다 3년 정도 앞서 PCIe 규격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 출처=PCI-SIG
PCI-SIG에 따르면, PCIe 장치가 요구하는 대역폭은 3년마다 약 세 배씩 늘고 있다. 2017년 공개된 PCIe 4.0은 16배속에서 초당 64GB를 지원했고, 2019년 PCIe 4.0 채택 장치가 등장할 시점에는 이미 시장에서 초당 64GB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PCI-SIG는 2019년에 16배속에서 초당 128GB를 지원하는 PCIe 5.0 규격을 공개했고, 3년 뒤인 2022년에 장치들이 128GB 전송 속도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PCIe 7.0 배율(레인)에 따른 속도 조합 / 출처=PCI-SIG
이번에 공개된 PCIe 7.0 사양은 2025년에 공식 출시되며, 규격 자체는 공개 시점부터 바로 활용할 수 있다. PCI-SIG는 2028년에 해당 규격이 대중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양 측면에서는 16배속 구성에서 양방향으로 초당 128GT(기가트랜스퍼)의 비트 전송률과 최대 초당 512GB(기가바이트)의 전송 속도를 지원해 PCIe 6.0 대비 지원 속도를 두 배 늘렸다.
또한 기존 이진 변조 방식과 달리 네 개의 진폭 레벨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4레벨 펄스 진폭 변조(PAM4)를 도입해 데이터 전송량을 늘렸고, 이전 세대 PCIe 장치와의 하위 호환성을 유지하면서도 전력 효율성은 강화했다. 네트워크 측면에서는 최대 초당 800G(기가비트) 이더넷을 지원해 데이터센터 급 전송에 대응한다.
PCIe 7.0이 적용된 컴퓨터 하드웨어는 인공지능 및 기계학습, 고성능 컴퓨팅, 양자컴퓨팅, 대규모 데이터 센터 및 클라우드 시장 등 대규모 GPU 및 AI 가속기 등을 활용하는 조건에 쓰일 전망이다.
초당 512GB도 부족한 시대··· PCIe 진보는 계속된다
엔비디아는 2014년 처음 NV링크를 출시했고, 현재 4세대 규격까지 공개했다. 올 연말에 공개할 5세대 규격은 초당 1.8TB까지 지원 예정이다 / 출처=IT동아
일반 사용자가 PCIe를 접할 경로는 게이밍 그래픽 카드나 메인보드용 확장 카드 정도다. 이 수준에서는 PCIe 5.0 규격으로도 충분하고, 앞으로 몇 년은 문제없다. 하지만 AI 개발 및 대규모 컴퓨팅 환경에서는 이제 막 상용화를 시작한 PCIe 6.0의 초당 256GB 전송 속도도 작업 환경에서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엔비디아 NV링크로 연결된 하드웨어 / 출처=엔비디아
하지만 NV링크는 엔비디아 자체규격이며, 업계에서도 예외적인 경우다. 엔비디아를 제외한 AMD, 인텔 등 다양한 AI 가속기 제조사와 여러 NPU 제조사들이 PCIe 규격을 이용하며, PCIe 속도 상한에 맞춰 제품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PCIe 표준의 상한선이 높아질수록 AI 개발 및 하드웨어의 속도 상한선도 높아지며, 그만큼 AI 시장도 확장된다. 결과적으로 일반 사용자들이 더 빠르고, 폭넓게 AI를 누릴 수 있게 된다.
PCI-SIG는 오는 2025년까지 PCIe 7.0 규격 표준을 확정할 예정이며, 이를 활용하는 하드웨어는 약 3년 뒤인 2028년 전후로 등장할 전망이다. 물론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더 빠르다면, PCIe 7.0 제품의 등장 시기도 더 앞당겨질 여지는 있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