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한샘, 현대리바트, 에넥스 등 가구업체 31곳이 아파트에 들어가는 빌트인 가구 입찰에서 10년간 담합을 벌이다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그제 중대형 건설사들이 발주한 빌트인 가구 구매 입찰에서 낙찰자를 미리 정해 놓거나 입찰가를 공유하는 식으로 담합을 한 가구업체 31곳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931억 원을 부과했다. 관련 매출이 2조 원에 육박한다니 이들 업체의 짬짜미가 고스란히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진 셈이다.
공정위 조사로 드러난 가구업체의 담합 수법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건설사들은 아파트와 오피스텔에 설치되는 싱크대·붙박이장·신발장 등 빌트인 가구를 경쟁 입찰을 통해 최저가를 써낸 업체와 계약한다. 그런데 31개 가구업체 담당자들은 제비뽑기나 주사위 굴리기 등으로 낙찰받을 순번을 정했다. 이렇게 결정된 낙찰 예정 업체가 입찰 가격과 견적서를 이메일, 메신저 등으로 공유하면 나머지 업체들은 이보다 높은 입찰가를 써냈다. 담당자들끼리 “서로 돕고 신뢰가 쌓여야 한다”, “이대로 천년만년 꼭”이라는 메시지를 주고받기도 했다.
이런 식의 담합이 이뤄진 기간이 2012년부터 2022년까지 무려 10년이나 된다. 계약 건수는 24개 건설사가 발주한 738건, 금액으로는 1조9500억 원에 달한다. 10년이나 대규모 담합이 횡행했는데도 비밀이 새어 나가지 않고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는 점에서 발주업체인 건설사나 관련 당국도 가구업체에 대한 관리 감독이나 점검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피해 갈 수 없다. 내부에 담합을 묵인해 주고 사익을 취한 자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