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재산신고서 전수조사 해보니 지역구 후보 44명-비례대표 20명 ‘이해충돌’ 논란 후보, 가족이 보유 “해외 거래소 코인도 공개를” 지적
● 잡코인 20종 이상 신고 4명
8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각 후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재산신고서를 전수조사한 결과 가상자산을 신고한 후보 64명 중 지역구 후보는 44명, 비례대표 후보는 20명으로 나타났다. 정당별로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가 24명으로 가장 많았다. 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21명)과 개혁신당(7명), 새로운미래(3명), 조국혁신당(1명) 등이 뒤를 이었다.
가장 많은 가상자산을 신고한 후보는 국민의힘 장성민 후보(경기 안산갑)였다. 배우자와 함께 4억6390만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1억1420만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신고한 민주당 김준혁 후보(경기 수원정)가 뒤를 이었다. 이 중 20종이 넘는 잡코인을 재산신고서에 기재한 후보는 4명이었다. 지난해 무소속 김남국 의원이 시세 차익을 노리고 투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위믹스코인과 비트토렌트를 신고한 후보도 11명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김기흥 후보(인천 연수을)는 총 2400만 원 상당의 코인 21종류를 신고했다. 이중에는 최근 제작자가 약 216억 원을 챙겨 밀항하려다 검거된 포도코인도 있었는데, 현재는 상장폐지됐다. 김 후보 캠프 측은 “보유한 포도코인은 2.16개로, 2021년 3월 기준 40원 가량의 가치”라며 “(후보 측은)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과 보유 수량도 적어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 문제가 있는 코인인지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후보(전북 익산갑)는 비트코인, 루나클래식 등 26종의 코인을 신고했다. 이 중 9종은 이미 상장 폐지 등으로 현재 거래가 불가능한 상태다. 신 후보는 “2017년 비트코인 붐 당시 (가상자산에) 입문했으나 실체가 없다고 판단해 2021년 7월경 전부 처분했다”고 했다.
● 與野, ‘코인 과세 유예’ 등 법안 앞다퉈 공약
강원 속초-인제-고성-양양에 출마한 현역 의원 국민의힘 이양수 후보는 본인 소유 2만8000원, 장남 명의로 2471만5000원의 가상자산을 각각 신고했다. 이 후보는 2022년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뒤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데, 이번 재산신고에서도 가족이 여전히 코인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는 “2021년 4월경 내가 소유한 가상자산 중 처분할 수 있는 것은 전부 매각했다”고 밝혔다. 아들의 가상자산 보유에 대해선 “경영학도 출신이고 다양하게 금융 쪽 공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이 주식 등 다른 자산에 비해 가격 변동이 극심한 만큼 신고 규정에 대한 구체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행 재산신고 규정상 해외 거래소에 둔 가상자산은 빠뜨려도 확인하기 어렵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총선 출마자는 코인 거래 명세와 수량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