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장비 수입에서 한국산 장비의 수입만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기업 장비가 전년 대비 3.1% 감소하는 동안 한국산은 5분의 1이 잘려 나갔다. 네덜란드, 일본산 장비의 수입은 오히려 늘었다고 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의 피해가 한국에만 집중된 것이다.
유엔 무역통계에 따르면 작년 중국의 한국산 반도체 장비 수입액은 44억7600만 달러(약 6조6000억 원)로 전년 대비 20.3% 급감했다. 반면 반도체 장비 강국인 네덜란드, 일본이 생산한 반도체 장비 수입은 같은 기간 각각 151%, 4.7% 증가했다.
재작년 10월 미국 정부는 회로선폭 18nm(나노미터) 이하 D램 등 첨단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자국 반도체 장비의 대중 수출을 규제하고, 동맹국 기업들에도 동참을 요청했다. 문제는 장비를 구하지 못해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기 어려워진 중국 기업들이 범용, 구형 반도체 생산과 장비 개발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범용 반도체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기술로 만들 수 있지만 전자제품·자동차·무기 등에 폭넓게 쓰인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의 70% 이상이 범용 반도체로, 이 중 30% 안팎을 중국이 공급하고 있다.
최근엔 대중 규제가 충분한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고 판단한 미국, 유럽연합(EU) 등이 중국이 쏟아내는 범용 반도체 해외 수출을 차단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한국 장비업체의 피해를 더 키울 수 있는 사안이다. 반도체 산업의 초격차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미국 원천기술과 네덜란드 장비가 필요한 한국이 미국 주도의 규제에서 벗어나긴 어렵다. 그렇더라도 관련국과의 협상에서 우리 장비업체 피해를 제대로 설명하고 대중 수출에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작년에 미국 정부와 협상을 통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의 장비 반입 예외를 인정받은 경험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