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온라인커뮤니티
자신이 거주 중인 서울의 한 구축 빌라 벽에 ‘못 사는 거지 동네’라는 비방 낙서가 적힌 것을 어린 딸이 볼까 두렵다는 30대 가장의 사연이 공개돼 낙서범에 대한 공분이 일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한민국 빌라에 산다는 것’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 A 씨는 자신을 서울 소재 다세대 빌라에 사는 30대라고 소개했다.
A 씨는 “소위 ‘빨간 벽돌집’이라고도 불리는 오래된 구축 빌라에 살고 있다”며 “오늘 아침 출근길 집 계단 안쪽 벽 낙서를 보고 온종일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고 운을 뗐다. 그가 함께 공개한 사진에는 누군가 빌라 벽면에 배달 관련 지역 표시와 함께 ‘못사는 거지 동네’라고 해당 동네를 비방하는 낙서를 한 것이 보인다.
그는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간 딸이 이 낙서를 볼까. 물어본다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두렵고 머리가 복잡하다”며 “이런 글도 처음 써보고 이곳에 넋두리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이 글을 쓰며 다시 힘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일제히 낙서범을 비판하고 A 씨를 위로했다.
한편, 과거 아파트 입주민들이 ‘건물주는 악덕사채업자’라고 아파트 벽에 글씨를 쓴 것이 모욕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온 사례가 있다. 서울 모 아파트 살고 있던 주민들은 건물주와의 명도소송에서 져서 강제로 퇴거 당하게 되자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아파트에 스트레이로 ‘이 건물은 사기꾼과 재판중이니 사기당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악덕사채업자야 각성하라’라고 적었다. 이들은 명예훼손과 공동재물손괴, 주차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각각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으며, 항소심에서는 검사가 명예훼손죄를 모욕죄로 변경해 기소하기도 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