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당선인(오른쪽)과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4.3.31. 뉴스1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최근 의협 비대위와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홍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9일 오후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의협 회장 선거를 마치면서 대내외적으로 비대위를 흔들려는 시도가 있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비대위는 특정인의 의지에 의해 운영되는 조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달 26일 차기 의협 회장으로 당선된 임현택 당선인이 최근 의협 비대위에 “비대위원장 자리를 내달라”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낸 데서 비롯됐다.
이에 임 당선인은 8일 의협 대의원회 의장과 비대위원장에게 공문을 보내 “원래 의도와는 달리 비대위 운영과정에서 당선인의 뜻과 배치되는 의사 결정과 대외 의견 표명이 여러 차례 이루어졌고 이로 인한 극심한 내외의 혼선이 발생했다”며 “제42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원래의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결의대로 임 당선인이 비대위원장의 책임을 맡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의협 비대위는 이날 긴급 브리핑을 통해 공식적으로 임 당선인을 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비대위는 정부의 독단적인 정책 추진을 저지하기 위해 회원들의 총의를 받들어 대한의사협회 대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다. 의대 증원 저지에 대한 투쟁과 협상의 전권을 위임받아 의료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는 비대위원장이나 특정인의 의지에 의해 운영되는 조직이 아니다. 안건이 상정되고 이에 대한 비대위원 전체의 뜻을 물어 결정된 사안을 반영하는 기구로 비대위의 결정은 곧 의사회원 모두의 뜻”이라며 “민주주의는 행위의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될 때 그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임 당선인은 현재 비대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어 비대위 회의 석상에서 발언을 한다면 충분히 반영될 수 있으나 보도자료를 통해 의사를 밝히고 있는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최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깜짝 회동을 한 뒤 임 당선인이 박 위원장을 “내부의 적”이라고 저격한 것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는 첫 회의 때 천명한 바와 같이 전공의들이 정부에 제시한 대화 조건을 존중하고 활동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어떠한 변화도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밝힌다”며 “박 위원장을 신뢰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는 출범 당시의 약속을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본 비대위에 주어진 활동 기간은 4월 30일까지로 길지 않은 시간이 남아 있다. 그런데 혼돈에 빠진 현재의 상황을 수습하고 극복해야 할 정부의 의지는 잘 보이지 않고, 의료계의 분열을 노리는 다양한 활동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어 매우 염려할 만한 상황”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의대생, 전공의, 비대위, 차기 집행부가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에 충실해야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 작은 말 한마디가 의사 사회를 분열시키고 공멸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의협 비대위는 총선 직후 예고한 합동 기자회견을 열지 않기로 했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회의를 갖고 정부가 원하는 ‘창구 일원화’에 화답하는 의미로 이번주 전국의과교수협의회, 대전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열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기자회견 예고 하루 만에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합동 브리핑 진행 합의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박단 위원장도 (합동 기자회견을 결정하는) 회의는 참석하고 있었지만 (합동 기자회견을) 결의하거나 의결한 사안은 아니다“라면서 ”대전협 입장을 확인해야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에 조율이 좀 덜 된 것 같아 이번주 예정된 기자회견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