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지난달 27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시행을 앞둔 시점에 전국 76개 재건축조합이 국토교통부 등을 상대로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한국부동산원 가격지수(주택가격동향조사)가 통계 조작 의혹을 받는 상황에서 ‘재건축 부담금’을 산정할 때 해당 지수를 활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재건축 부담금은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한 재건축 전후의 시세차익에서 관련 비용과 정상적인 가격 상승분을 제외한 금액으로부터 산정한다. 이때 ‘정상적’인 상승분을 판단하기 위해 활용하는 통계가 부동산원 월간 아파트 매매가지수다. 문제는 최근 10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부동산원 지수로는 30%에 불과한데 KB국민은행지수는 60%, 부동산R114나 국토부 실거래가지수로는 100%로 심각한 격차가 있다는 점이다.
공시가 현실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준 가격을 공시가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잠시 미뤄 두자. 과거의 잘못된 통계가 가져오는 부조리는 결코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이를 재건축조합에 대한 유불리의 문제로만 봐선 안 된다. 도심의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는 가장 유효한 수단인 재건축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때 발생하는 사회적인 부담이 더 고민스럽다.
실상은 다르다. 민간 기관인 부동산R114와 KB국민은행의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2020년 중반부터 상승세로 전환해 최근까지 30%에 육박하는 상승세를 보인다. 전월세 신고자료로 월세지수(신규계약 기반)를 산정해 보면 문재인 정부 시기 강화된 종부세 부과 근접 시점인 2019년 중반 이후 40% 이상 급등했다. 전세 역시 실거래가지수로 2019년 중반부터 2022년까지 40% 이상 급등했다가 고금리 영향으로 내려간 후 반등했다. 2024년 1월 기준으로는 2019년 대비 30% 상승 수준을 회복한 상태다. 과도하게 저평가된 변동 추이를 보이는 주택가격동향조사는 중요한 사회적, 정책적 판단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크다.
예민한 주택정책에 대한 합리적인 선택이 왜곡된 주택통계로 인해 위협받는 상황이다. 과거 통계 수치를 개편한다는 게 혼란스럽다고 피해 버리기에는 떠안아야 하는 사회적인 갈등과 부작용이 너무 크다. 다행히 KB국민은행은 최근 표본이 아닌 전체 단지 시세조사자료 기반으로 통계 집계 방식을 변경했다. 과거 지수의 왜곡을 개선하기에도 유효한 방법이다.
부동산통계 조작 논란의 근원이 지난 정부의 잘못인지, 해당 통계 생산기관의 부족함 때문인지, 국토부와 관련 기관 사이의 협조 관행 때문인지 필자는 판단하기 힘들다. 아마 그 세 가지가 모두 얽혀 발생한 문제가 아닐까도 싶다. 다만 그런 통계 왜곡에 눈감기보다는, 지금이 우리 사회의 합리적인 판단을 뒷받침하는 국가통계의 근본적인 역할을 되살려야 할 기회이고 시점이란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