랠프 퍼킷 예비역 대령 98세로 별세 인해전술 중공군 맞서 고지 사수 22년 복무중 명예-은성훈장 등 받아 尹, 작년 美서 태극무공훈장 수여
2023년 4월 25일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오찬에서 랠프 퍼킷 예비역 육군 대령의 휠체어를 밀어 주고 있다. 윤 대통령은 당시 퍼킷 대령에게 최고 무공훈장인 태극무공훈장을 수여했다. 워싱턴=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직접 태극무공훈장을 수여했던 6·25전쟁 참전용사 랠프 퍼킷 미 육군 예비역 대령이 8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98세.
미 국립보병박물관은 퍼킷 대령이 이날 조지아주 콜럼버스 자택에서 잠을 자던 중 세상을 떠났다고 페이스북 공식 계정을 통해 밝혔다. 사인은 파킨슨병 합병증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1926년 조지아주에서 태어난 퍼킷 대령은 1945년 미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에 입학했다. 6·25전쟁이 발발한 뒤 1950년 11월 육군 특수부대 제8레인저 중대 지휘관으로 임명돼 한국 땅을 밟았다.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같은 해 9월 인천상륙작전을 실행한 직후로, 제8레인저 중대는 북한군을 38선 너머로 후퇴시키는 데 일조했다.
6·25전쟁 이후에는 베트남, 서독 등에 파견됐고 1971년 전역했다. 그는 “리더는 아무리 고난이 닥치더라도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한다(Be there)”라는 좌우명을 갖고 솔선수범을 실천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동맹 70주년’ 기념 오찬에서 퍼킷 대령의 휠체어를 직접 밀고 무대에 올라 최고 무공훈장인 태극무공훈장을 달아줬다. 현직 한국 대통령이 외국 방문 중 무공훈장을 수여한 첫 사례다.
퍼킷 대령은 2021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조 바이든 미 대통령으로부터도 미국 최고 훈격인 명예훈장을 받았다. 30년 이상 퍼킷 대령의 대변인 역할을 해온 존 록 대령은 당시 “퍼킷 대령은 자신의 참전이 민주주의 국가 수립에 기여했다는 데 늘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해 왔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수훈십자훈장, 은성·동성무공훈장 등 미 육군 사상 가장 많은 훈장을 받은 인물 중 한 명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