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수가, 환자-건보공단이 지불한 금액의 합 의사 인건비와 병원 운영비 등 살펴 건강보험 정책 심의 위원회서 결정 차별 없는 의료 서비스 제공 돕지만, 기피-선호과 양극화 원인으로 지목
한 의과대학의 학생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동아일보DB
2006년 이후 의대 정원은 3058명으로 유지됐다. 2월 초 정부가 의대 입학정원을 올해부터 2000명 늘리기로 하면서 정부와 의사 단체 사이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정부, 의료계 어느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의대 증원에는 공공의료, 의사 수, 지역 의료, 건강보험료 등 다양한 이슈가 연관돼 있다. 이번 쟁점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기본 개념만 하나씩 풀어본다. 우선 ‘의료 수가’다.
도대체 의료 수가가 뭐길래
의료 수가의 적정한 가격은 치료에 필요한 재료 원가, 의사·간호사 등 인건비, 병원 시설 운영비 등을 다 합친 금액을 고루 살펴 건강보험 정책 심의 위원회에서 결정한다. 보건복지부 차관인 위원장 포함 25명이 함께 논의해 심의한다. 의사들은 건정심 위원 중 절반을 의료계 사람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건정심은 새로운 약 재료나 치료법 등이 나오면 가격을 반영해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도 한다. 정해진 항목에 대해서는 의사가 병원에서 얼마 이상 받을 수 없고, 환자도 병원에 가서 “깎아달라” 말할 수 없다.
우리가 사 먹는 과일이나 곡물 가격은 시장 흐름에 따라 가격이 오르기도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병원비가 그렇다면 당황스러울 것이다.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주사 가격은 시가에 따라 다르다”고 말하거나 환절기마다 감기 치료비가 100만 원까지 치솟으면 곤란하다. 그래서 정부가 나서서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에 대해서는 의료 수가를 정해두고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특히 생명과 직결된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의 치료는 돈 걱정 덜고 맘 편히 갈 수 있게 했다.
의료 수가는 치료 항목마다 다르게 적용한다
비급여 항목은 정부에서 의료 수가를 정해두지 않은 치료 항목이다. 미용 등 생명에 직결되지 않은 치료가 대부분이다. 병원은 정부 눈치 보지 않고 마음대로 가격을 정해 받을 수 있고 의사는 상황에 따라 돈을 더 많이 벌 수도 있다. 그래서 의사들 사이에서는 정해진 가격 없이 돈을 벌 수 있는 성형외과, 안과, 피부과 같은 곳은 ‘선호과’로, 외과, 내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은 ‘기피과’로 나뉘기도 한다.
의료 수가 올려? 말아?
의사들 사이에 기피과와 선호과가 나뉜 이유를 알려면 의료비 ‘원가 보전율’을 짚어봐야 한다. 환자를 진료하는 데 든 돈(의료 원가)을 의료 수가가 얼마나 채워주냐는 것인데 예를 들면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만드는 데 1000원의 원가가 들어간다고 하면 재료비·월세·인건비 등을 다 따져 최소 1001원은 받고 팔아야 원가를 건질 수 있다. 하지만 기피과의 의료 수가는 원가를 제대로 보전해주지 못 하는 경우가 있다. 외과를 예로 들면 환자를 진료하는 데 평균 원가가 1000원 든다고 했을 때 의료 수가로는 770원밖에 보전받지 못 하고 나머지는 병원에 적자로 남는다(2018년 기준 보전율 77%). 병원비를 올려 받으면 되지 않나 싶지만 의료 수가는 법으로 정해진 거라 맘대로 올려 받을 수 없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 수가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외과나 산부인과 같이 수술을 많이 하는 진료과는 의료 사고의 부담이 큰데 비해, 수가가 터무니 없이 낮다고 지적한다.
결국 의료 수가를 올려야 하는 문제는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건강 보험료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의사들은 의료 수가가 낮아 돈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연봉이 높은 직업 50위 안에는 의사가 많이 포함돼 있다. 2020년 기준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평균 소득 상위 직업 50개 중 의사 진료과별 순위’ 자료를 보면 위험 부담이 높고 수익이 적어 기피과로 알려진 외과 의사의 연봉은 1억2667만 원으로 나타났다. 산부인과 의사는 1억2123만 원, 내과 의사는 1억1073만 원 등이었다.
수가만 올리면 다 해결?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면 산부인과 레지던트 추민하 선생이 밤에 당직 뛰고, 아침엔 교수 진료에 같이 들어간다. 다시 당직 뛰고 응급수술이 생기면 집에도 못 간다. 전공의는 법적으로 일주일에 80시간 이상 근무를 금지하는데 실제 산부인과 전공의는 그 이상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외과도 비슷한 상황이다. 의사들은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사명감만으로는 일하기 힘들어진다고 호소한다. 여기에 수가가 낮아 적자가 나면 더 기피하는 진료과가 된다.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은 교수 시절 한 인터뷰에서 “진료할수록 적자가 나는 것도 해결해야 하지만 일이 힘들어서 그만두는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의사들이 지방에 있는 병원에서 근무하기 위해서는 지방 의대에 더 많이 입학하고 지방 병원에서 의무적으로 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의료계는 의미 없는 정책이라고 말한다. 지방의 환자들이 KTX를 타고 서울의 빅5 대형 병원에서 진료받는 것이 어렵지 않은 환경이다. 환자가 오지 않는 지방 병원은 굳이 값비싼 첨단 장비를 갖추며 의료 환경을 개선할 이유가 없다. 결국 '반복되는 악순환'이라는 것.
의사협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수가 가산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지역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에게 건강보험에서 수가를 추가로 주자는 것. 하지만 전공의들은 이런 제도로는 경험과 경력을 쌓기 어려운 지방 병원에 남아있을 전공의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 줄 정리 물건에 붙는 가격표처럼 의료 서비스에 붙는 가격을 ‘의료 수가’라고 해요. 우리가 다 내는 건 아니고 일부는 건강보험공단에서 내줘요. 의사들은 의료 수가가 너무 낮아서 생명과 직결된 필수 과를 기피한다고 주장해요. 하지만 의료 수가를 올리는 문제는 국민이 납부하는 건강 보험료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어 국민 공감이 뒷받침돼야 해요.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