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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보다 술 끊기 어려운 이유, 유전자에 있었네[박재명 기자의 ‘젠톡 올 패키지 129’ 체험기]

입력 | 2024-04-11 03:00:00

니코틴-알코올 의존도부터 탈모 등 분석
개인 식성도 나오지만 질병 예측은 불가



알코올 의존성이 높게 나타난 기자의 유전자 검사 결과. 젠톡은 검사 결과를 쉬운 삽화와 함께 제공한다. 젠톡 캡처


“우리는 ‘DNA’라 불리는 분자를 후세에 전하기 위한 생존 기계일 뿐이다.”

유전체 분석 기업 마크로젠의 ‘젠톡 올 패키지 129’ 검사 결과를 받고서 든 생각이다.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이 말처럼 어쩌면 나의 모든 행동과 생활 패턴, 심지어 사고방식까지 사실은 유전자가 모두 결정하던 게 아니었을까.

받아본 유전자 검사 결과지에는 ‘세상에 없던 내 몸 사용 설명서’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실제 그 수식어처럼 과거 벌어진 나의 신체 현상 중 상당수를 유전자 검사로 설명할 수 있었다.

나를 더 정확히 아는 유전자 검사


기자는 2016년 7월 담배를 끊었다. 20년 가까이 흡연자로 살다 첫 시도에서 금연에 성공했다. 이후 8년째 담배를 한 대도 피우지 않았다. 그동안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욕구도 별로 없었다. 검사 결과 기자의 니코틴 의존성 관련 점수는 100점 중 98점. 점수가 높을수록 니코틴 의존성이 낮은, 니코틴 중독이 되지 않는 체질이란 뜻이다. 사람에게는 니코틴 의존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8개 있는데 기자는 이 중 하나의 유전자도 나오지 않았다. 젠톡이 보내온 결과 설명지에는 “유전적으로 흡연을 할 경우 낮은 의존성으로 인해 금연 실천이 비교적 쉬울 수 있다”고 적혀 있다. 8년 전 금연 상황과 정확하게 일치한 것이다.

반면 알코올 의존성은 높았다. 관련 점수가 100점 중 29점으로 한국인 평균(61점)보다 크게 나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위스키 등 독주를 집에서 홀로 마시는 이른바 ‘혼술’ 습관이 생긴 이후 계속해서 음주 횟수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결과지에는 마치 예상했던 것처럼 “혼술을 자제하고 ‘음주 충동 시 15분 참기’ 등 적극적인 음주 조절이 권장된다”고 적혀 있었다.

이 밖에 신체 상황을 한국인 평균과 비교해 알기 쉽게 표시해 줬다. 기자의 경우 △골질량(안심 등급·100점 중 98점) △혈압(안심·95점) △남성형 탈모(안심·94점) △비만(안심·91점) 등에서 유전적으로 강했다. 반면 복부비만(주의·35점)에 취약하고 근력운동(낮음·27점)과 유산소운동(낮음·34점) 등의 운동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실제와 비슷했다.

유전자는 개인의 기호까지 설명해 준다. 기자는 식욕이 많지 않고 음식을 먹었을 때 포만감을 잘 느끼는 유전자를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 그런 사람은 체중이 적게 나가는 경우가 많다. 탄수화물과 맥주를 싫어하고 달콤한 음식과 채소를 좋아하는 식성 역시 실제와 거의 비슷했다.

‘폐암 위험’ 등 질병 예측은 불가

하지만 마크로젠 젠톡을 통한 유전자 검사로는 질병 취약성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없다. 예를 들어 “향후 대장암 발병 확률이 높다”거나 “당신은 당뇨 위험군” 등의 ‘진단’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건강 정보는 비만 위험이 있다거나 유전적으로 혈압이 높다는 등 간접적인 지표만 제공한다.

마크로젠 관계자는 “유전자 검사를 통한 질병 예측 서비스는 병원을 통해서만 할 수가 있다”며 “젠톡과 같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직접 이뤄지는 검사는 암, 치매, 당뇨 등의 위험성을 평가하는 것이 법률상 금지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검사를 원하는 사람은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 스마트폰 장터에서 ‘젠톡’으로 검색해 앱을 설치하거나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그러면 신청 주소로 타액을 담아 보낼 수 있는 검사 키트를 보내 준다. 이를 다시 마크로젠으로 반송하면 10영업일 이내에 유전자 검사 결과를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편의점 GS25에서도 마크로젠 젠톡을 구매한 뒤 검사 결과를 받아볼 수 있게 됐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