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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도쿄박사장 “日거주에 관심 많아져…한일 잇는 통로 되고 싶다”[일본의 K유튜버]

입력 | 2024-04-11 11:00:00


유튜브채널 도쿄박사장의 박태산 씨가 도쿄 지유가오카 거리에 서 있다. 부동산업을 하는 그는 일본 부동산에 관심 있는 한국인과 일본인을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일본의 사립명문 와세다 대학을 나와 일본 증권사에 들어가 연봉 2억 원까지 받았던 적도 있다. 회사를 나와 공유숙박업 성장기인 2016년 에이비앤비를 시작해 4호점까지 숙소를 확장하며 작은 성공도 맛봤다. 대출까지 받아 숙박 사업을 확장했지만 갑작스런 코로나로 모두 처분하는 아픔도 있었다. 일본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유튜버 도쿄박사장(39·박태산) 얘기다.

사업 기획과 트렌드 분석에 공을 들이는 그는 유튜브 시작도 비교적 빨랐다. 2019년 12월 채널을 개설한 벌써 5년 차 유튜버. 하지만 구독자 수는 아직 3600명 수준. 그는 “유튜브는 꾸준히 영상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사업이 우선시 되다 보니 경영상황에 따라 업로드가 단절되는 기간이 여러 번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그가 일본에서 공유숙박업, 부동산 중개 등의 사업을 하면서 일본의 부동산 상황을 전하는 것은 꾸준히 구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최근 일본의 경제 상황이 좋아지고, 엔화 약세 현상이 이어지면서 일본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 일본의 부촌 가운데 한 곳인 지우가오카에서 도쿄박사장을 만나봤다.

-유튜브를 왜 시작하셨나
“사실 부동산 사업을 하면서 자신의 얼굴과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죠. 유튜브를 사업 기회를 확장하는 계기로 삼으려고 했습니다.”

-효과가 있으셨나
“일본 여행, 관광 정보를 다루기도 하지만 제 채널의 차별점이 있다면 일본 부동산에 대한 정보를 담은 영상이죠. 제 채널의 구독자는 80% 이상이 남성이고, 연령대로는 40대가 가장 많아요. 일본에서 사업을 하시려는 분들부터 당장 집을 구해야 하는 사람들로부터 연락이 오는 편입니다. 다양한 니즈를 갖고서 유튜브를 보시고, 또 개인적으로 연락을 해오세요. 이런 경우가 생각보다 많은 편입니다. 유튜브 자체가 하나의 사업적인 플랫폼이 되는 거죠. 일본 회사들로부터도 협업 제의가 와서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도 있습니다.”

일본의 부촌인 시로가네다이를 소개하고 있는 박태산 씨. 종합양판점인 돈키호테의 간판에 다른 곳과 다르게 플래티넘이란 문구가 추가돼 있다. 유튜브채널 도쿄박사장 영상 캡쳐


-유튜브의 부제가 ‘일본에서 살아남기’이다. 뜻이 뭔가
“2003년에 일본에 처음 왔으니 이제 20년이 넘었네요. 저 같은 경우는 일본 대학에 유학을 오면서 일본 생활을 시작했고 지금도 일본에 남아있는 경우죠. 하지만 일본 대학에 유학오는 한국인 학생들은 대부분 졸업을 하면 한국으로 돌아가요. 일본에 남고, 직접 사업까지 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문 경우입니다.”

-유학을 마쳐도 일본에 정착하기가 쉽지 않은 것인가요
“물론 일본 회사에 취직할 수 있죠. 하지만 막상 일본 회사를 다녀보면 외국인으로서 어떤 벽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돼요. 열심히 해도 어느 정도 이상으로는 올라가지 못하겠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거죠. 만약 일본 회사에 취직을 하게 된다면 한국과의 사업 교류가 많은 그런 회사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죠. 본인이 한국인으로서 높이 올라갈 수는 자리가 있는지 그런 것을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일본에서 직장 생활도 하셨죠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 다이와 증권에서 일을 했고, 한국 지사에서 주재원 생활을 한 적도 있었죠. 당시 연봉도 한화로 2억 가까이 받았어요. 어쩌면 제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이 아닐까도 싶어요. 하지만 개인적인 집안 사정으로 회사를 그만두게 됐고, 일본 현지에서 사업을 하게 됐습니다. 사업은 부침이 좀 있었어요. 2016년 에어비앤비를 시작했는데, 일본이 도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일본에 오는 관광객 수를 늘리려고 하고 공유경제가 확장되는 시기였죠. 당시 사업이 잘 돼서 업장을 4곳까지 늘린 적도 있습니다.”

일본의 부촌인 시로가네다이를 소개하고 있는 박태산 씨. 종합양판점인 돈키호테의 간판에 다른 곳과 다르게 플래티넘이란 문구가 추가돼 있다. 유튜브채널 도쿄박사장 영상 캡쳐


-그러다 코로나를 맞은 것인가
“그렇죠. 한창 에어비앤비 사업을 확장할 때 코로나가 찾아와 큰 타격을 입었죠. 그래서 업장을 하나씩 정리했고, 한동안 무직 생활을 하기도 하는 등 어려움이 컸습니다.”

-사업 실패나 증권 투자로 수억 원을 잃은 얘기도 동영상으로 올리는데
“보통 일본 관련 유튜브라고 하면 맛난 것 먹고 관광지를 소개하는 가벼운 콘텐츠들이 많잖아요. 물론 저도 그런 콘텐츠를 만들 때도 있지만 그 외에 조금 어려운 얘기들도 하고, 이를테면 제 실패담도 해서 구독자들과의 공감대를 넓히고 싶었습니다.”

-유튜브 수익은 어떠세요
“사실 아직 구독자가 많지 않아 거의 수입이 없는 셈이예요. 하지만 한동안 유튜브를 안하면 ‘박 사장, 어디 자살 같은 거 한 거 아니죠’이란 구독자의 연락도 오기도 합니다. 한번 만나지도 않은 사람들이 서로 생각하고 걱정하는 것들이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일본에서 20년 사셨다, 일본인들의 한국에 대한 생각은 어떤 변화가 있나
“제가 처음 일본에 올 때만 해도, 일본 사회에서 ‘한국은 일본보다 조금 아래다’라고 인식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죠. 하지만 한류 바람이 불고, 최근에는 BTS 같은 가수들이 일본에서도 인기를 끌면서 상황이 바꿨죠. 사실 젊은 층은 고정관념이 없기 때문에 BTS 등 한류를 통해 한국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어요. 또한 연령이 좀 있으신 분들의 생각도 많이 바꿔서 문화적인 측면에서 한국의 선진성, 그런 것을 많이 인정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도쿄 지유가오카 거리에 있는 박태산 씨. 

-일본에서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해줄 만한 말이 있다면
“확실히 한국보다는 다른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고 생활하며 자유롭게 지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하지만 일본은 한국보다 템포가 많이 느려요. 좀 괜찮은 식당은 2주 전부터 예약을 해야 하고, 제가 법인 설립을 하는데도 길게는 한 달 정도 걸리죠. 은행계좌 개설도, 인터넷 설치도 한 달 넘게 걸리는 적이 있습니다. ‘빨리빨리’에 익숙하신 분들이라면 답답해 하실 거예요.”

-유튜브는 계속 하실 것인가
“물론이죠. 그래도 사업이 주가 될 것 같고, 유튜브는 일본 현지에서 하는 사업을 홍보하는 보조적인 역할이 될 것 같아요. 도쿄박사장이란 유튜브 이름을 브랜드화하고 싶고, 부동산쪽 사업을 키워가고 싶습니다. 일본 부동산에 관심이 있는 한국 사람, 일본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통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공익재단법인 일한문화교류기금의 취재 지원을 받아 작성한 기사입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